이승기·이세영의 애정행각, 수위 높아도 불편하지 않은 이유('법대로 사랑하라')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10. 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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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이승기의 사랑법, 이게 법대로 사랑의 정석('법대로 사랑하라')
폭력이 사랑으로 포장되는 현실, '법대로 사랑하라' 사랑법의 가치

[엔터미디어=정덕현] "영화 보고 갈래? 순서대로 하자며. 손잡았으니까 영화 봐야지." KBS 월화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에서 김정호(이승기)와 김유리(이세영)의 애정행각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영화를 본 다음에는 뭐 할 거냐는 김정호의 물음에 김유리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뭐 할 것 같냐고 말하고 다음 장면은 두 사람이 침대에서 하는 키스신이 이어졌다.

갑자기 수위가 높아진 애정행각이지만, 드라마가 이를 그냥 자극적인 포인트를 위해서만 담아낸 건 아니다. 매회 법적인 사건들을 에피소드로 꾸려내는 <법대로 사랑하라>에서 이 회차에 담아낸 이야기는 정신과 의사 박우진(김남희)이 지속적으로 당하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박우진의 환자였지만 갈수록 집착하게 되어 가택에 무단 침입하고 물건을 훔쳐가고 함부로 일상을 찍는 스토커 다영(신소율)이 저지르는 끔찍한 범죄가 그것이다.

다영은 그걸 사랑이라 착각하고, 그래서 박우진이 김유리를 짝사랑하는 걸 보고는 이를 질투하고 급기야 김유리를 납치 감금한다. 훔쳐온 김유리의 옷을 입고 자신도 그처럼 하면 박우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뚤어진 집착이 만들어내는 스토킹 범죄지만 자신의 환자였다는 사실 때문에 마냥 미워하거나 밀어내지 못하는 박우진에게 김유리는 그러지 말라고 선을 긋는다. 그건 범죄이고 그 범죄에 의해 상처를 입었을 때 진짜로 아파할 소중한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라고 말한다.

박우진은 결국 다영과 마주해 그가 해온 것이 사랑이 아닌 범죄라는 걸 분명히 말한다. "다영씨. 다영씨가 말하는 사랑이 이런 거예요? 제가 아는 사랑은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같이 좋아해주고 그 사람의 선택을 곁에서 지켜봐주고 가끔 혼자 바라보는 게 너무 힘들더라도 그 사람한테까지 내색하지 않는 겁니다. 그 사람이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느끼거나 힘들길 바라지 않거든요. 그런데 다영씨는 나를 병들게 해요. 당신은 나를 힘들게 해요. 질리게 해요. 아주 미치게 해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다시는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그 이야기 속에는 박우진이 그간 김유리를 짝사랑해오며 가졌던 힘겨움 또한 담겨 있어 듣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법대로 사랑하라>가 이 에피소드를 통해 담으려 한 건 심지어 스토킹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집착이 어떻게 사랑과 다른가 하는 것이다. 박우진이 에둘러 말하게 된 짝사랑 고백이 뭉클함을 주는 것과, 저 다영이 하는 폭력적인 집착이 주는 끔찍함의 대비는 그걸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이러한 사랑과 집착이 아주 작은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걸 김정호와 김유리의 사랑을 통해 그린다. "나 어떡하지? 그 여자처럼 집착해서 널 힘들게 하긴 싫은데 너무 무서워." 그렇게 말하는 김정호의 말 속에는 이미 집착이 사랑과 무엇이 다른가가 담겨 있다. 상대를 힘들게 하는 건 결코 사랑일 수 없다는 것.

<법대로 사랑하라>는 법 관련 사안들을 법정 바깥에서 다루는 드라마지만, 유독 눈에 띠는 건 이들이 보여주는 사랑법이다. 법과 사랑은 어딘가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법은 자칫 집착이 되고 함부로 침범하는 폭력으로 변질되는 엇나간 행위들을 사랑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

이번 회차에서 보여준 스토킹 범죄 이야기와 더불어 5회에 담겼던 '적극적 동의(Yes means Yes)'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가사도우미 성폭력 사건을 풀어가면서 동시에 동의 없이 김유리가 김정호에게 키스한 것에 대해 그것이 '폭력'일 수 있다고 드라마가 말한 대목이 그것이다. 사랑하는 사이라도 스킨십 같은 친밀한 행위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동의(Yes)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No'를 의미한다는 것이 최근 성폭력 사건을 법이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것.

김유리와 김정호가 여러 순서를 거쳐 과감한 스킨십을 더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은 그래서 그다지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서로 다가가 좋아하는 마음을 나누고 충분한 대화와 동의를 거쳤기 때문이고, 자신이 하는 것이 사랑인지 집착인지 그래서 혹여나 상대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를 먼저 생각하는 배려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법대로 사랑하라>라는 제목은 그래서 새로운 의미로도 읽힌다. 물론 법이 모든 것에 절대적일 수는 없겠지만 어찌 보면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관계의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담고 있는 '법에 정해진 대로' 사랑하라는 그런 의미다. 때론 폭력이 사랑으로 포장되어 저질러지곤 하는 우리네 현실에 <법대로 사랑하라>가 전하는 사랑법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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