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온가속기 '라온' 시험가동 성공..우주비밀 규명·신약 개발 활용
국내에 건설된 첨단 과학시설인 중이온 가속기 ‘라온’이 첫 시험가동에 성공했다. 향후 정식 운영에 들어가면 우주의 비밀을 밝히고,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 등에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지난 7일 오후 3시 3분에 대전에 설치된 라온이 저에너지 가속 구간에서 첫번째 빔 인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중이온 가속기는 우라늄 같은 무거운 이온을 빛 속도(초속 30만㎞)의 절반까지 가속해 다른 입자나 특정 물질에 충돌시키는 장치다. 이를 통해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희귀동위원소를 만들 수 있다. 물질을 원자 단위에서 밝혀내 재조합하기 때문이다. 이번 라온 시험에서는 우라늄보다는 가볍지만, 중이온에 속하는 ‘아르곤’을 가속했다.
중이온 가속기의 쓰임새는 넓다. 공학 분야에선 에너지 손실이 없는 전기 저장장치나 고효율 2차전지를 개발할 수 있다. 전기 저항이 없는 신물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의학과 생물학 방면에선 생체의 노화와 DNA 손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 치료용 물질을 만들어 생체 내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전에 없던 신품종 작물을 만들어내는 일도 가능하다.
천체물리학 분야에서도 새로운 연구를 기대할 수 있다. 별의 진화를 일으키는 원자핵 반응의 과정을 규명하거나 현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을 탐구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중이온 가속기는 기초과학의 수준을 총체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도구다.
라온은 2010년부터 개념 설계를 시작해 지난해 5월 시설을 완공했으며, 가속장치는 같은 해 12월 설치가 끝났다. 부지 매입과 시설 건설, 장치 구축에 모두 1조5183억원이 투입됐다.
이번 시험 가동은 총 54기에 이르는 가속장치의 모듈 중 5기 모듈을 대상으로 했다. 라온이 목표 성능대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초기 과정을 거친 것이다. 제조를 완료한 신형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 엔진과 조향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살핀 뒤 1단 기어를 넣고 저속 운행을 한 격이다. 과기정통부는 빔 시운전을 확대해 2024년에는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홍승우 IBS 중이온가속기 연구소장은 “내년 3월까지 이뤄지는 저에너지 전체 구간에 대한 시운전 계획도 예정대로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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