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벤처기업 발목 잡는 벤처육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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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기업 A사는 최근 사업 경험이 풍부한 업계 전문가와 장기 자문 계약을 맺으려고 했으나 뜻밖의 암초를 만나 포기해야 했다.
미국 스타트업들이 하듯이 장기 자문 계약과 함께 스톡옵션을 부여하려고 했는데 우리 법 조항 때문에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은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자문 관계가 장기적이고 상시적이라면 자문 계약을 맺으면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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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기업 A사는 최근 사업 경험이 풍부한 업계 전문가와 장기 자문 계약을 맺으려고 했으나 뜻밖의 암초를 만나 포기해야 했다. 미국 스타트업들이 하듯이 장기 자문 계약과 함께 스톡옵션을 부여하려고 했는데 우리 법 조항 때문에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국내와 해외 전문가 4명을 같은 목적으로 검토했지만 모두 조건이 안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은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자문 관계가 장기적이고 상시적이라면 자문 계약을 맺으면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현금 부족도 이유이지만, 주식을 공유하는 것이 자문역과 스타트업의 이해를 일치시키고 자문역의 동기를 유발하는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벤처기업이 외부 전문가에게도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단, 아무에게나 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교수, 연구원,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경영지도사, 기술지도사, 세무사,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한약사, 기술사 등 15가지 직종의 전문가에게만 줄 수 있게 시행령으로 제한하고 있다. A사의 문제는 바로 이 조항 때문에 발생했다. A사가 섭외했던 전문가들은 경험과 역량이 충분했지만 시행령이 정한 15가지 직종에 속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도 이 조항은 창업자가 임의로 스톡옵션을 남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정작 기업들이 흔하게 자문을 구하는 대상인 경험 많은 경력자를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과 괴리된 법조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조항에 따른다면 이나모리 가즈오나 스티브 잡스가 자문역으로 와도 스톡옵션을 줄 수 없다.
이제까지 이 조항의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A사처럼 자문역과 스톡옵션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미국식 경영을 도입하는 벤처기업들이 늘고 있어서 앞으로는 A사와 같은 사례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더 많은 기업이 피해를 입기 전에 시행령은 속히 개정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정하는 것이 좋을까? 시행령에 자격 조건을 추가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으나, 이 방식은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또 다른 직종이 나타날 때마다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난점이 있다. 따라서 '특정 조건의 사람을 제외한 모두에게 부여 가능하다'는 형태로 개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벤처기업의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국가가 규제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스톡옵션 부여는 기업의 자기 책임하에 이루어지는 경영 행위로, 기업 정관, 이사회, 주주총회로 이어지는 기업 거버넌스 안에서 규율될 수 있다. 만일 어느 벤처기업이 부적절하게 스톡옵션을 남발했다면, 시장의 평가를 받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거나 퇴출될 것이다. 스톡옵션의 부여 대상까지 국가가 시시콜콜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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