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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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형복원을 마친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 작가의 프랙탈 거북선이 시민들에게 처음 공개돼 거북선의 노(櫓)가 30년 만에 제대로 퍼졌다.
프랙탈 거북선은 고(故) 백남준 작가가 1993년 대전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300여 대의 텔레비전 모니터와 라디오, 토스터기를 무질서하게 쌓아올린 작품이다.
복원을 마친 작품은 대전시립미술관 2층 로비로 옮겨갔지만 날개 가운데 일부를 잘라내고 309대이던 모니터를 301대로 줄이는 등 작품은 축소·변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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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랙탈 거북선이 새 보금자리를 만나 이전에 볼 수 없는 강렬한 빛을 내비치며 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최근 원형복원을 마친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 작가의 프랙탈 거북선이 시민들에게 처음 공개돼 거북선의 노(櫓)가 30년 만에 제대로 퍼졌다.
프랙탈 거북선은 고(故) 백남준 작가가 1993년 대전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300여 대의 텔레비전 모니터와 라디오, 토스터기를 무질서하게 쌓아올린 작품이다. 특히 대전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닌 데에 이어 작품 특수성까지 더해지며 문화 브랜드를 넘어 대표적인 도시 브랜드 가치로 주목을 받았다. 생전 백남준 작가는 "거북은 이순신의 하이테크 무기, 세계 최초의 장갑선, 생태학적인 특수 표본, 동양 특히 은(殷), 동이(東夷)적인 신탁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엑스포가 끝난 후 대전엑스포 현장의 재생조형관에 방치된 작품은 빗물이 흘러 들어가며 망가질대로 망가졌다. 지하실에서 빗물에 젖은 채 7년간 방치된 작품은 사망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었다.
이에 시는 비용과 재생 가능성을 놓고 오래 고민 끝에 복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후 협소한 공간이 또 발목을 잡았다. 복원을 마친 작품은 대전시립미술관 2층 로비로 옮겨갔지만 날개 가운데 일부를 잘라내고 309대이던 모니터를 301대로 줄이는 등 작품은 축소·변형됐다. 특히 로비로 들어오는 자연광은 어둠 속을 화려하게 비추는 거북선의 본래 이미지를 구현한다는 측면에서도 적절치 않았다. 수 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것이 시립미술관 내 열린수장고다.
지난 4일 지역 공립미술관 최초의 개방형 수장고 개관을 맞아 '프랙탈 거북선' 전용 공간이 마련됐고, 이 작품은 시민들 앞에 다시 태어났다. 수장고를 방문한 한 시민은 "조명을 어둡게 하니 모니터 하나하나가 뚜렷하게 보여 백남준 작품의 진수를 보는 것 같다"며 "제자리를 찾은 작품이 드디어 새 생명을 얻은 것 같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민선 8기 지방정부가 문화·예술 융성을 강조하고 있으니, '프랙탈거북선'을 계기로 지역을 빛낸 미술작품이 방치되지 않고 소장과 보관, 유지·보수에 대한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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