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블] 음식료 주식은 왜 비싸게 거래될까?

방향 2022. 10.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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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외 음식료(담배, 주류 포함) 관련 주식을 관심 있게 보신 적 있나요? 음식료주는 최근 날뛰는 주식 시장에서 꽤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삼성전자가 연초 8만원대에서 5만원대까지 하락하는 동안 KT&G는 오히려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CJ제일제당이나 농심의 경우 일부 등락은 있었지만 연초 주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진 않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왼쪽), KT&G(오른쪽) 추가 추이. /네이버 금융 캡처

‘약세장에서 음식료 같은 로우베타(low beta) 섹터가 상대적으로 잘 나가는 건 당연한 거 아냐?’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어요. 물론 그렇습니다. 약세장에서는 베타가 낮은 종목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립니다. 경기 방어주라는 명칭이 있는 이유겠지요.

하지만 음식료주를 경기 방어주로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바로 해당 섹터가 국내외 시장을 불문하고 최소 지난 20년 동안 시장 대비 프리미엄을 받아왔다는 사실입니다. 강세장일 때나, 약세장일 때나 관계없이 말입니다.

지금부터 음식료 섹터가 왜 프리미엄을 받게 되었는지, 앞으로는 어떤 조건이 충족된다면 그 프리미엄이 확장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너무 안정적이어서 다소 지루해 보일 수도 있는 산업에서 흥미로운 투자 테마를 발굴할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국내 음식료 섹터는 2000년대 초반 이른바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통해 코스피지수 평균 대비 주가수익비율(PER) 프리미엄에 거래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게 통설입니다. 저는 그 핵심적인 계기는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인수합병(M&A)된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음식료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소형 기업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대주주 지분이 해외 투자자에 매각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과정을 통해 음식료 산업이 과점적 수익 기반을 다지게 됩니다. 그냥 1~2등 업체만 살아남은 거죠.

그렇다면 과정이 왜 특별히 음식료 섹터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이끌었다고 하는 걸까요? 바로 1등만 살아남는 자체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의 음식료 산업도 여타의 글로벌 음식료 기업들과 견줄 만한 몇 가지의 핵심적인 프리미엄의 조건을 갖추게 됐기 때문입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투자자들이 음식료 기업들이나 혹은 그 비슷한 필수소비재 기업들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갖고 있지 않거나, 부족하게 갖고 있다가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은 기업들이 비로소 이 조건을 충족하게 된 것입니다.

1) 안정적이고 꾸준한 실적 (Earnings Reliability)

음식료 섹터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의 첫 번째 근거는 ‘안정적이면서 꾸준한 실적 성장에 대한 믿음’입니다. 실적 성장의 강도보다는 안정성, 즉 성장성의 레벨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음식료 소비가 변동성이 적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요. 하지만 전체 음식료 소비가 안정적이라고 해서 꼭 음식료 기업들의 실적이 안정적이진 않죠.

이런 소비재 산업에서 기업들의 실적이 안정적이려면 과점적인 구조여야 합니다. 한국의 음식료 산업은 2000년대 들면서 이런 구조를 갖게 됐죠. 각 세부 산업별로 상위 3개 업체, 많아야 5개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한국 음식료 기업들도 진정 음식료스러운 실적 구조를 보여줄 수 있게 된 계기였어요. 단순히 안정적인 것 말고, 장기적으로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구조 말입니다.

2) 우월한 자본구조

두 번째는 우월한 자본 구조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안정적인 실적과도 부분적으로 연결됩니다. 이 섹터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 성장은 꾸준한 현금흐름 창출력의 강화로 이어져 왔고, 그 결과 대부분의 기업이 매우 보수적인 재무구조를 갖게 됐습니다.

음식료 섹터에서는 타인자본 비중이 2000년대 중반 이후 20~30%대 정도에서 유지된 기업들이 꽤 있을 겁니다. 단순화하자면 ‘실적이 안정적이다 → 설비 투자 필요성이 크지 않다 → 잉여 현금흐름이 커진다 → 보수적인 재무구조(차입의 필요성이 현저히 낮은 구조)를 확보한다’는 흐름일 것입니다.

한국 음식료 기업들은 다른 많은 산업 플레이어들처럼, IMF라는 혹독한 시기를 거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렇게 보수적인 재무구조를 획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분명 이 점은 이 섹터를 과거보다는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요소임이 분명합니다.

PER뿐만 아니라 자본구조를 고려한 밸류에이션 배수(예컨대, EV/EBITDA)에서도 음식료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프리미엄 부여받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그 방증 아닐까 싶습니다.

본 기고는 2545를 위한 투자콘텐츠 구독 서비스 ‘크리블’의 멤버십 콘텐츠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콘텐츠 전문은 크리블 앱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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