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4차산업혁명기술의 빛과 그림자

2022. 10. 12.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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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은 생산 수단의 혁명적인 발전과 그에 수반한 거대한 사회 변화를 후대에 '산업혁명'으로 평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4차산업혁명은 '생산의 무인화' 정도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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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은 생산 수단의 혁명적인 발전과 그에 수반한 거대한 사회 변화를 후대에 ‘산업혁명’으로 평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산업혁명을 명확히 정의하기도 어려운데 아직 오지 않은 변화를 제대로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로 미뤄보아 이 세차례 혁명은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혁명의 시기에 모두가 변화를 환영했을까?

19세기 초반 1차산업혁명과 2차산업혁명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시기에 영국에서 네드 러드(Ned Ludd)라는 청년 노동자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라는 노동자 투쟁이 있었다. 이 운동은 방직기계가 노동자 일자리를 뺏기 때문에 노동자의 생존을 위해 기계를 부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직기계에 의해 노동자 일자리는 줄었지만, 직물이 대량생산되면서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우선 방직기계 설계·제작·수리 직업이 새로 생겨났고, 의복·침구류·운송 산업이 발전했다. 그리고 지금은 누구나 사용하는 세탁기 발명의 계기가 됐다.

지금에야 러다이트 운동이 기술 혁신을 수용하지 못하고 사회적 발전을 가로막은 역사적 ‘반동’으로도 평가받는 경우가 많지만, 그 당시에는 노동자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였다. 겉으로 드러난 러다이트 운동의 모습은 노동자가 기계를 부수는 자극적인 장면으로 채워져 있지만, 실상은 자본가에 대항한 노동자의 투쟁으로 봐야 타당할 것이다. 러다이트 운동이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정립에 이바지한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기술적 용어는 ‘센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자동화’ 등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로 예를 들면 자동차의 각종 센서로 도로 여건 등의 정보를 얻고 그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처리하고 자동차의 주행 부품과 통신하여 자동차를 자동으로 주행시킨다는 의미다.

이런 4차산업혁명 기술은 농업분야에서 ‘디지털 농업’으로 등장한다.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양한 센서로 기상, 토양의 수분과 양분, 그리고 작물 생산성 등 다양한 정보를 얻어 빅데이터를 구축하면 인공지능이 빅데이터에 기반해 수분· 양분 공급 양과 시기를 결정하고 그 정보를 자동화 기계에 전달해 농사짓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설명에는 중요한 한가지가 빠져 있다. 그렇다, 사람이다. 그래서 4차산업혁명은 ‘생산의 무인화’ 정도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농업과 농촌은 식량 생산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황폐해질 수 있는 국토를 관리하고, 도시화 문제도 해소하며, 전통문화 유산을 보존하는 산업이 농업이고, 그 공간이 농촌이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컴퓨터의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연지능’의 자리를 모두 대체하면 경제성과 생산성은 높아질 수 있을지라도 농업과 농촌 고유의 기능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세상 만물을 돈의 잣대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디지털 농업을 이야기할 때 농업과 농촌 본연의 다양한 가치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다. 기술 발전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지는 않는다. 사라진 고속도로 요금수납 노동자와 마트의 계산 노동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닷새를 일하고도 이틀조차 마음 편하게 쉬지 못하는 지금 우리는, 과거 수렵·채집 시기에 이틀 사냥하고 닷새를 놀았던 우리 선조들보다 더 행복할까?

최우정 (전남대 교수·기후변화대응농생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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