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치유농업,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2022. 10. 1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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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일을 잇기로 하면서 기존 농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시도해봤다.

그중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는 일이 하나 있는데 그건 복지원예사로서의 활동이다.

그러면서 '치유농업사 자격증이 기존의 것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 여부도 중요하지만 기존 유사한 활동들과 치유농업과의 차별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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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일을 잇기로 하면서 기존 농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시도해봤다. 그중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는 일이 하나 있는데 그건 복지원예사로서의 활동이다. 농장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화훼작물을 이용하거나, 화훼작물을 키우는 행위 자체로도 사람들에게 심리적·신체적 안정을 도모해줄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아직까지도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일의 매력과 보람으로 2018년부터 현재까지 농장 업무를 보면서도 시간을 내어 중·고등학교의 특수학급 학생들을 만나 복지원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경기 용인의 한 중학교에서 만난 1학년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불안도가 매우 높은 학생으로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업을 도와주는 보조 선생님을 통해서만 학생의 의사를 들을 수 있었고, 활동을 진행하기보다는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하지만 2학기에 들어서면서 이 학생의 행동이 바뀌기 시작했다. 자신도 수업 준비를 돕겠다고 직접 나를 찾아왔고,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말도 조금씩 꺼냈다. 무엇보다 뿌듯했던 건 수업이 끝났을 때 본인 가방은 챙기지 않아도 그날 수업의 결과물은 손에 꼭 쥐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마음과 화훼작물 등을 이용해 ‘자신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을 선물했다고 생각한다.

금전적인 보상을 떠나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쁨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외부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 활동을 우리 농장으로 끌고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연 속에서 우리 농장만의 콘텐츠를 이용해 사람들의 심신 회복을 도모하고 싶다.

다만 이러한 활동은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민간자격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치유농업사 2급’ 필기시험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면서 ‘치유농업사 자격증이 기존의 것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복지원예사, 도시농업관리사, 스쿨팜 강사 등이 진행하던 프로그램과 치유농업의 차별점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물음표가 사라지지 않았다. 도시농업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도시농업관리사, 초등학교 텃밭에서 전교생이 직접 농사를 지어보는 체험을 하는 스쿨팜 프로그램도 어찌 보면 치유농업과 그 결을 같이한다.

물론 치유농업사는 일반 농업은 물론 곤충·축산·어업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범위와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증이라는 장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국가자격증을 취득한다 한들 그 이후에는 기존의 비슷한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들의 활동과 무엇이 차별화될까라는 고민을 계속하게 한다. 더불어 오랜 기간 치유농업과 유사한 업무를 해오신 분들과 비교했을 때 새롭게 자격증을 취득한 일반인들이 업무능력이나 경쟁력 면에서 차별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 여부도 중요하지만 기존 유사한 활동들과 치유농업과의 차별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가 아닐까.

이보현 (바이그리너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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