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신인문학상] 심사평

김진형 2022. 10.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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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화자를 바꾸는 시도, 서사의 힘으로 끝까지 달리기를" '당신이 웃는 이유'는 낡은 모텔을 무대로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정치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장마다 화자를 바꾸는 시도, 사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상황 묘사, 정지된 장면을 보여주는 와중에 서사를 진행시키는 힘 있는 서술 방식, 눈에 띄는 재기발랄한 표현 들이 어우러져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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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월(왼쪽)·한수산 작가가 소설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 소설“화자를 바꾸는 시도, 서사의 힘으로 끝까지 달리기를”
‘당신이 웃는 이유’는 낡은 모텔을 무대로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정치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빈틈없는 플롯과 단정한 문장이 미덥거니와 루미를 임신시킨 장본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를 숨김으로써 독자의 궁금증을 끝까지 끌고 가는 서사적 기교가 탁월하다. 다만 전체적인 구도의 익숙함, 같은 공간과 소재를 다룬 기존 문학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성실한 미래’는 성실이라는 이름의 청소 도우미, 그를 집으로 부른 미래라는 이름의 고객, 두 여성이 좁은 집을 배경으로 갈등을 빚는 과정을 보여준다. 장마다 화자를 바꾸는 시도, 사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상황 묘사, 정지된 장면을 보여주는 와중에 서사를 진행시키는 힘 있는 서술 방식, 눈에 띄는 재기발랄한 표현 들이 어우러져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결말의 지지부진함이 다소 아쉽지만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작가의 압도적인 발전 가능성을 더 높이 샀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42.195킬로미터를 넘어 끝까지 꾸준히 달리시기를 빈다.

- 심사위원 한수산·김미월(집필)

 

▲ 동화 부문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홍종의 작가가 한정영 작가와 통화하고 있다.

■ 동화“주인공이 처한 문제·해결 과정 명료하게 제시”
최종심에 오른 작품의 절반 이상이 판타지였는데, 어떤 경우에도 판타지는 개연성을 상실하면 작위성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특히 ‘변신’의 모티브를 잘못 사용할 경우, 단순한 우화(寓話)가 되는데, 물활론을 남용한 탓이다.

끝까지 고민한 작품 중 ‘당군아, 잘가’는 차분한 이야기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죽음과 당나귀의 죽음을 과하게 알레고리로 묶으려는 시도가 부자연스러웠다. ‘아인이의 주황 무지개’ 역시 ‘무지개 우산 놀이’의 미션을 수행하는 주인공의 행동과 엄마의 퇴원을 억지스럽게 연결지으려는 시도가 완결성을 해쳤다.

‘또 정다운’는 무엇보다 주인공이 처한 문제를 명료하게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정(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주인공의 히스토리를 잘 엮어냈다. 그에 따라 주제 역시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었다. 무리한 설정이 없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따라서 ‘또 정다운’을 당선작으로 뽑는데 이의가 없었다. 작가의 큰 발전을 기대한다. - 심사위원 홍종의·한정영(집필)

 

▲ 고형렬(왼쪽)·이상국 시인이 시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 시“충돌과 갈등에서 오는 언어의 신선함으로 막힌 곳 열어줘”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이 작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김현주 씨의 ‘바람의 뒷면’은 막힌 곳을 열어주는 정화 과정을 활달한 시상으로 전개했다. 바람에 대한 일상적 사유와 경험이 이 시의 변주를 뒷받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에어컨과 수리기사(시인)와 자연이 곳곳에서 충돌하는 언어 감각은 읽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이 시는 공기의 호흡기 순환과 기후 변화에 대한 어떤 불안과 조화까지 보여줬다.

“태풍은 밤마다 부서진 샛바람을 모아 나의 낡은 뱃속을 채웠다” “계절이 끝을 숨겨 달아나고 있다 조금은 나긋하고 수동적인 에어컨을 열고 숨을 들이마신다 하얗고 납작한 버튼이 마른 풀처럼 바람을 타고 일어난다” 언어의 지문이 몸과 외부의 온도를 바꾸어 놓는 신인다움이 돋보인다.

우리는 이 언어의 신선함이 충돌과 갈등에서 왔음을 신인이 늘 떠올리며 소통을 꿈꾸는 에어컨을 자주 돌볼 것을 의심치 않는다.

- 심사위원 이상국·고형렬(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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