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의동행] 외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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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줄타기 공연을 봤다.
출렁이는 외줄 위에서 부리는 그 곡예에 가까운 연기라니.
한 컷 사진으로 볼 때만 해도 이런 게 있구나, 심드렁했는데 웬걸,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줄 위를 걷고, 지치고, 뛰고 하는 그 줄타기 공연은 예상치 못한 여운을 안겨주었다.
외줄 위에서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살아내는 우리의 모습이 그 어름사니의 연기 안에 들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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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줄타기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던가. 이국의 담력 좋은 사람들이 고층 빌딩 사이나 바람 씽씽 까부는 협곡을 장대 하나에 의지해 건너는 풍경은 종종 볼 수 있었고, 그런 까닭에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 위험천만한 높이에서 용케 균형을 잡고 목표 지점에 도달해 보이곤 했다. 우리의 줄타기도 그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한데 평소의 그런 내 생각을 그 동영상 하나는 여지없이 깨트려 버렸다.
느슨한 줄 위를 걷는 그 어름사니의 모양새와 연기는 어쩌면 그렇게 우리의 삶과 닮았던지. 외줄 위를 걷거나 뛰는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기예가 아니었다. 줄 위의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방심하지 말라고. 언제나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디디라고. 삶은 방심한 순간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이라고. 영상 속 어름사니는 떨어질 듯 떨어질 듯 하면서도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 한 번, 위험한 순간이 있었지만 다행히 그는 줄을 붙잡고서는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을 면했고 탄성과 반동을 이용해 다시 줄 위로 올랐다. 그 대목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 역시 어름사니는 말해주는 듯했다. 실수해 바닥으로 떨어지더라도 다시 줄 위로 올라오라는 것. 포기하지 말라는 것.
따져보면 그 느슨한 줄은 곧 여로의 상징이 아니겠는가. 재담 속에 들어 있는 그 풍자와 해학은 또 어떻고. 놀이 하나에도 그렇듯 삶의 의미를 실어내는 우리의 지혜와 웅숭깊음에 그저 감탄이 나온다. 그러니 어찌 우리의 줄타기가 외국의 단순한 줄타기 곡예와 같을 수 있을까. 어름줄타기는 남사당패의 주요 놀이 가운데 하나로, 부잣집이나 궁궐, 관아에서 놀던 광대줄타기와는 조금의 차별성을 갖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인생이란 줄 위에 올라서 있는 어름사니들이 아니겠는가. 외줄 위에서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살아내는 우리의 모습이 그 어름사니의 연기 안에 들어 있는 것이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어름줄타기 공연을 보러 가야겠다. 삶의 모습을 담아낸 내공 깃든 놀이를 몰랐다니, 그동안 나는 도대체 뭘 알고 있었을까. 외줄 위의 어름사니가 주는 여운이 깊고 길다.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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