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구제시장'도 타격.."손님 많아도 사질 않아요"
[앵커]
몇 달째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마음에 드는 옷 한 벌 사는 데도 망설이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저렴한 구제 옷과 골동품을 파는 시장에서조차 손님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아 매출 회복을 꿈꾸던 상인들은 울상이라고 합니다.
김태원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골목부터 대로까지 구제 의류 점포들이 쭉 늘어섰습니다.
얇은 옷 한 벌에 5천 원, 두꺼운 외투에 붙은 가격표도 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값싸고 질 좋은 아이템을 찾기 위해 이 옷 저 옷 살펴보는 손님들의 눈길과 발걸음도 바쁘게 움직입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발길이 뜸했던 시장은 올해 들어 조금씩 예전의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물건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몇 달 새 껑충 치솟는 물가에 소비 심리가 꽁꽁 얼면서 서민들의 지갑도 쉽게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다 보니 구제 시장에서조차 생필품이 아니면 구매를 꺼리는 경향이 늘고 있는 겁니다.
[왕재호 / 구제 의류매장 운영 : 찾는 손님들은 많아졌는데 물가가 오르다 보니까 사람들이 예전처럼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자기가 입던 거 그대로 입고 원하는 거 아니면 잘 안 사는 것 같더라고요.]
코로나19로 쪼그라들었던 매출이 이젠 좀 회복되려나 기대했던 상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도 여전한 매출 한파에 한숨이 끊이지 않습니다.
[구제 의류매장 운영 : 찾는 손님은 이전보다 늘었는데 구매하거나 이런 거는 전이랑 아직 비슷해요. (코로나) 이전 매출보다 지금은 한 3분의 1 정도밖에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쓰던 의류와 골동품을 구매해서 다시 파는 구제시장 상인들에겐 입고되는 물건 자체가 줄어든 것도 고민입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탓에 쓸 만큼 쓴 의류나 물건도 좀처럼 버리질 않아 집하장에서 가져올 게 없는 겁니다.
여기에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온라인 중고 거래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해 구제시장에 풀리는 물건과 손님은 더욱 줄었습니다.
[윤진순 / 구제 의류매장 운영 : 좋은 물건이 강남에서 많이 나왔는데, 요새는 강남에서도 물건이 안 나오고 그런 데(온라인)에 다 직접 낸대요. (예전에는) 이까짓 거 그냥 그러고 재활용 통에다 넣어버렸는데 요새는 넣지를 않고….]
저렴한 옷을 사고파는 서민들의 오랜 터전이자 레트로 열풍, 빈티지 유행 등에 힘입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던 구제시장.
비대면으로 직격탄을 맞은 코로나도 버텼지만 다섯 달째 5%를 웃도는 물가 오름세까지 덮치며 상인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YTN 김태원입니다.
YTN 김태원 (woni041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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