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일본군 침략으로 망한 게 아냐" 정진석, 유승민·김웅 등 당내 비판에 "가소로운 얘기"

현화영 2022. 10. 11. 2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발언한 뒤 여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자 ‘친일 프레임’이라며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정 위원장은 앞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비판하며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이 생길 수 있다’라고 한 말을 비판하기 위해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라고 적었다.

그는 1895년 동학 농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고종이 청나라에 원군을 요청한 일, 이를 빌미로 일본군이 한반도에 들어온 일부터 ‘가스라 테프트 밀약’ 등을 열거하며 “조선왕조는 무능하고 무지했다. 백성의 고혈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다가 망했다”며 “일본은 국운을 걸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무력으로 제압했고, 쓰러져가는 조선왕조를 집어삼켰다. 조선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 구한말의 사정은 그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정 위원장은 당장 이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이게 우리 당 비대위원장의 말이 맞나”라고 물은 뒤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고 맹비판했다.

이어 “임진왜란, 정유재란은 왜 일어났나. 이순신, 안중근, 윤동주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나”라고 정 위원장에 되물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힘은 정진석 의원과 같은 생각을 결코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
 
같은 당 김웅 의원 역시 페이스북 글에서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 고구려도 내분이 있었는데 그럼 당나라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닌가”라며 “러시아 침략에 역성드는 것도 기함할 노릇인데…”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형적인 식민사관 언어”라며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했던 이완용 같은 친일 앞잡이들이 설파했던 그런 주장들을 여당 대표 입으로 듣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고 맹공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단 지적에 “전체 맥락을 잘 읽어보라”면서 유 전 의원의 사퇴 요구엔 “가소로운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다시 올린 글에서도 “북한이 전술핵 무기로 대한민국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또 친일 프레임 씌우겠다고 난리다. 가소로운 얘기”라며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내가 오늘 아침 페이스북에 썼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한 적이 없다고 썼다. 전쟁 한번 못하고, 힘도 못 써보고 나라를 빼앗겼다는 얘기”라며 “일본군이 동학농민 혁명군 10만여명을 학살한 곳이 바로 내 고향 공주의 우금치다. 일본 제국주의의 잔혹한 학살과 침탈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이 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조선이라는 국가공동체가 중병에 들었고, 힘이 없어 망국의 설움을 맛본 것이다. 이런 얘기했다고, 나를 친일, 식민사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공격한다”면서 “논평의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한다. 기가 막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북한) 김정은 왕조의 대한민국 핵위협에 침묵하는 사람들은, 인민을 압살하고 있는 독재자의 추종자들”이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이는 자신이 제안한 ‘북한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안’에 응답하지 않은 야당 의원들을 직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