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충격 장기화"..IMF, 韓 내년 성장 전망 2.0%로 하향 조정

세종=전준범 기자 2022. 10. 1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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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장률 2.3→2.6% 상향 조정했으나
내년 전망치는 낮춰..세계 성장률도 하향
공격적 긴축에도 인플레는 계속 고공행진
"각국 인플레이션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0%로 0.1%포인트(p) 낮춰 잡았다. 올해 성장률을 2.6%로 상향 조정한 것과 대조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악재가 이미 갈 길 바쁜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꽉 잡고 있는데, 그 악영향이 내년에는 더 세게 들이닥칠 것이란 의미다. 2.0%는 코로나 펜데믹이 일어나기 전인 2019년(2.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IMF가 예상한 성장률 2.0%는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최근 내놓은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나라 곳간을 더 튼튼하게 다지고 외환보유고 등 국가 신뢰도 지표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 연합뉴스

◇ 2.9→2.1→2.0% ‘계속 하향 조정’

IMF는 11일(현지시각)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WEO)’에서 한국의 2023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내다봤다. 지난 7월 발표한 WEO의 2.1%보다 0.1%p 낮춘 것이다. IMF는 올해 들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지속해서 하향 조정해왔다. 1월 2.9%에서 7월 2.1%로 0.8%p 낮춘 뒤 3개월 만에 다시 0.1%p 내렸다.

IMF의 시각은 최근 발표된 한국 경제 전망 가운데 가장 어두운 편에 속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표한 ‘2022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내년 성장률을 2.2%로 제시했다. 6월 전망치인 2.5%에서 0.3%p 하향 조정한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2.6%에서 2.3%로 3%p 낮췄다. IMF보다 더 부정적인 전망을 한 기관은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다. 피치는 지난달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2.5%에서 1.9%로 대폭 낮췄다.

IMF 전망은 특히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의 관측보다 어둡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6월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경제 성장률을 2.5%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달 5일 국무회의에서 내년 성장률을 2.1%로 내다봤다. 한 총리는 “최근 금리 상승 추세 등에 따른 성장세 둔화를 고려했다”고 하향 조정의 이유를 댔다. 한국은행도 정부와 같은 2.1%를 전망한 상태다.

IMF 발표는 최근 글로벌 경제를 억누르는 악재가 내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과 통화 가치 추락 방어를 위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도시 봉쇄와 그에 따른 생산·소비 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파도에 허우적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간한 ‘10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를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는 모습”으로 진단했다. KDI는 경기 회복세 제약의 주된 요인으로 수출 경쟁력 둔화를 꼽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지난 5월 21.3%에서 6월 5.4%로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이후 7월(9%)과 8월(6.6%)에 이어 지난달(2.8%)까지 4개월 연속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이번 WEO에서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3%에서 2.6%로 0.3%p 상향 조정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소폭 개선된 소매판매·투자 관련 지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KDI에 따르면 8월 국내 서비스업 생산은 1년 전보다 7.1% 늘었다. 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의 부진이 완화하면서 2.3% 증가세로 돌아섰고, 설비투자(11.8%)와 건설투자(7.5%)도 살아났다.

그래픽=이은현

◇ 공격적 긴축에도 “올해 인플레 8.8%”

IMF는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도 하향 조정했다. 올해는 3.2%로 지난 7월과 같은 수치를 제시했으나 내년 성장률은 2.7%로 0.2%p 낮춰 잡았다. IMF는 “세계 경제의 약 3분의 1이 2분기 연속 역성장에 직면했다”며 “리스크 장기화에 따라 2023년 성장률이 추가 하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룹별로 보면 선진국의 내년 성장률을 1.4%에서 1.1%로 0.3%p 낮췄다. 신흥국 성장 전망도 3.9%에서 3.7%로 0.2%p 끌어내렸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IMF는 올해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8.8%로 제시했다. 7월 대비 0.5%p 올린 것이다. 내년 글로벌 인플레이션도 6.5%로 종전 대비 0.8%p 상향 조정했다. IMF는 “상반된 지표에 따른 과잉·과소 통화정책 위험, 상이한 정책 여건으로 인한 강달러 지속, 식품·에너지 추가 충격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 신흥국 부채 취약성,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공급 중단, 전염병 재확산, 중국 부동산 문제 악화, 세계 경제 분절화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IMF는 각국이 인플레이션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통화·재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MF는 “실업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강력하고 일관된 긴축 통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취약층 선별 지원은 지속하되 가격상한·보조는 지양하고,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중기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또 IMF는 “환율로 충분한 대응이 어려운 경우 일시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거나 자본흐름관리(CFM)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 협력 측면에서도 취약국 백신 공급과 경제 분절화 경계, 자유무역 기조 강화 등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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