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사용 막은 고교 기숙사..광주 시민단체 "전수조사해야"
32곳서 사용 적발 땐 '불이익'
광주광역시와 전남·전북 지역의 상당수 고등학교가 기숙사 내 휴대전화 소지나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학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벌칙을 부여, 퇴사까지도 가능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휴대전화는 통제가 심한 군에서도 일과시간이 끝나면 병사들에게 사용을 허락하고 있는 만큼,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11일 “교육청이 나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휴대전화 소지나 사용 제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광주와 전남, 전북 지역 국공립 고등학교 기숙사 150곳을 상대로 직권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46곳의 학교가 휴대전화를 수거하거나 사용을 제한하고 있었다.
20곳의 학교에서는 기숙사 취침 전에 학생들에게서 휴대전화를 수거한 뒤 아침에 돌려줬다.
10곳의 학교는 ‘취침시간 전’까지만 학생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했다. 기숙사에 입사하는 일요일에 휴대전화를 수거했다가 집으로 가는 금요일에 돌려주는 곳도 3곳이나 됐다.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학교 46곳 중 32곳은 이를 어기면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규정도 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6월 “기숙사에서 학생들의 수면권과 학습권 보장을 이유로 휴대전화를 수거하거나 사용을 제한하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헌법의 행동 자유 및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각 학교와 교육청에 개선을 권고했다.
고교 기숙사의 휴대전화 사용 제한은 사립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 인권위 조사에서 제외된 광주지역 사립 고교의 기숙사 규정을 확인한 결과 상당수의 고교에 국공립 학교와 비슷한 규정이 있었다.
광주의 한 사립고 기숙사 생활규칙에는 ‘학력 제고를 위해 기숙사에 휴대전화를 반입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취침 이후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벌점 5점을 부과하는 학교도 있다.
이 학교는 벌점이 15점이면 기숙사에서 퇴사시킬 수 있다.
고교 기숙사의 ‘휴대전화 사용 제한’은 현재 군에서 시행하고 있는 규정과 비교해서도 지나치다.
국방부는 2020년 7월부터 일과 후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했다. 병사들은 평일에는 일과가 끝난 오후 6~9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휴일에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박고형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국공립 고교의 경우 인권위 조사 이후 규정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사립학교는 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숙사 휴대전화 사용 제한은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만큼 사립학교에 대해서도 전수조사 등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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