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의 불꽃이 진 자리, 화려한 가을꽃 피었네[현장에서]
과거 포진지·탱크 기동 훈련장으로 이용..2016년 꽃밭 조성해 관광명소화
“이렇게 넓은 꽃밭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아마 대충 둘러봐도 2~3시간은 걸릴 겁니다.”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 8일 오후 강원 철원군 동송읍 태봉로에 자리 잡고 있는 ‘고석정 꽃밭’. 2만여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꽃밭 건너편에 마련된 임시 주차장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인근 463호 지방도의 도로변 2~3㎞ 구간에도 차량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한마디로 ‘고석정 꽃밭’ 주변은 거대한 주차장이었다. 어렵사리 차를 세운 후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입장권을 구매해 꽃밭 입구에 들어서자 팔도사투리가 여과 없이 들려왔다.
대전에서 왔다는 김현숙씨(56)는 “이른 아침부터 장시간 운전을 해 온몸이 찌뿌둥했는데 드넓은 꽃밭을 보는 순간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 ‘저쪽 아줌마들은 대구에서 왔다’고 하더라”며 “꽃밭이 너무 아름답다 보니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후고구려를 세웠던 승려 출신 군주인 궁예와 두루미의 캐릭터로 꾸며진 포토존에서 꽃밭을 배경 삼아 사진을 촬영하던 이인성씨(38·서울 송파구)는 “수억 송이의 꽃이 핀 것 같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고석정 꽃밭의 면적은 24만여㎡에 달한다. 축구장(7140㎡) 34개를 합쳐놓은 규모다. 광활한 들판엔 촛불맨드라미, 천일홍, 백일홍, 코스모스 등 18종의 꽃이 심어져 있다. 실제 꽃송이는 수억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철원군은 지난달 9일 개장 이후 지난 10일까지 ‘고석정 꽃밭’을 찾은 관광객은 29만4000여명에 달한다고 11일 밝혔다. 매주 화요일이 휴무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이 방문한 셈이다.
‘고석정 꽃밭’ 부지는 2015년 철원군에 양도될 때까지는 포진지 구축과 탱크 기동훈련장으로 이용됐다. 활용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철원군은 2016년부터 꽃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포성이 가득했던 군부대의 훈련지에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꽃을 심고, 이를 스토리텔링화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기로 한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포토존을 설치하고, 다채로운 거리공연까지 추가하자 ‘고석정 꽃밭’은 철원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급부상했다.
철원군은 올해 꽃묘와 꽃씨, 퇴비, 제초매트 등의 재료비와 인건비를 포함해 9억여원을 들여 ‘고석정 꽃밭’을 조성했다.
지난 10일까지 올린 입장권 수입은 12억700만원에 달한다. 이달 말까지 ‘고석정 꽃밭’이 운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2배 이상의 비용 대비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김종석 철원군 시설관리사업소 일반시설계장은 “1인당 6000원(일반)인 입장권을 구입한 관광객들에게 절반인 3000원을 지역화폐인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고 있다”며 “관광객들이 상품권을 활용해 소비에 나서면서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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