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순 줄세우기 '일제고사' 부활하나
'자율'이라지만 전수평가 가능성..수업 파행 등 각종 부작용 재발 우려
올해 도입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대상이 확대되며 사실상 ‘전수평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됐다가 수업 파행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폐지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일제고사)가 이름만 달리해 5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원하는 학교에 대해서만 확대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초학력 진단체계를 마련하고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을 11일 발표했다. 먼저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기 위해 올해 초6·중3·고2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가 2024년부터는 초3~고2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 시행된다.
자율평가는 학교·학급 단위로 신청해 참여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올해 3월 시행된 기초학력보장법 시행령에 따라 모든 학교가 학년 시작일로부터 2개월 안에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학습지원대상학생’으로 선정해야 하므로 대부분 학교가 응시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부산 등 일부 교육청은 관내 학교 전체에 자율참여를 요구했고, 교육부는 “교육감이 전수평가를 추진한다면 막을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표집평가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수평가로 공식 전환하지는 않지만 자율평가란 형식으로 사실상 일제고사가 되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줄 세우기라는 비판 뒤에 숨어 아이들의 교육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별 밀착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제고사는 2008년 처음 시행됐다. 성적이 학교별로 공개되고 학교평가와 성과급 평가, 시·도교육청별 특별교부금 배분 등의 주요 지표로 활용되면서 교육현장에 여러 부작용을 낳은 주범으로 꼽혔다.
자율평가가 사실상 일제고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교육계 반발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에서 “이미 몇몇 시·도교육청에서 전수평가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자율이라는 것은 허울”이라며 “일률적 평가잣대로 국·영·수 등 지식교과를 중심으로 한 문제 풀이 수업 등 획일화와 사교육 활성화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일각에서 일제고사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전수평가가 부활하는 것은 전혀 아니고 참여를 원하는 학교에 대해서만 확대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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