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급식에 빨간 순두부찌개·짬뽕.."아이들 밥 못 먹는 날 있다"

변윤재 인턴기자 2022. 10. 11. 20: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1일 제주도의회 현지홍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질의에서 재조명
지난해 11월 '정치하는엄마들' 인권위 진정 사례도
제주 지역의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순두부 찌개와 짬뽕 같은 매운 음식들이 급식 메뉴로 나온 모습. / 사진제공=현지홍 의원실
[서울경제]

제주 지역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먹기 어려운 매운 음식이 급식으로 제공돼 아이들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우려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11일 제주도교육청의 2021 회계연도 결산 심사가 열린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현지홍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초등학교에 속해 있는 병설 유치원에서 초등학생과 동일한 내용의 급식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학부모로부터 제보 받은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짬뽕, 순두부찌개, 김치볶음밥 등 메뉴와 매운 양념으로 조리된 반찬 등이 담겨 있다. 이는 각기 다른 병설 초등학교 메뉴라는 것이 현 의원의 설명이다.

현 의원은 학부모들로부터 제보를 받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현 의원은 “학부모에게 이런 급식이 나오는 걸 어떻게 아셨냐고 물어봤더니, 어떤 날은 아이가 집에 와서 허겁지겁 먹는다고 했다”라며 “계속 관찰하다 보니 허겁지겁 먹는 날에 학교 메뉴판에 들어가 보면 꼭 매운 음식이 나오는 날이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밥을 못 먹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의원이 올해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담긴 학생 연령별 특징을 고려한 음식 크기 조절 및 조리법 제공 내용을 언급하며 “도내 초등학교에 속해 있는 병설 유치원은 (해당 초등학교와) 급식을 따로 하느냐”고 묻자 고경수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은 “대부분 같이 하고 있지만 맵거나 짜거나 이런 부분들은 구분할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이 마련된 곳도 많다”고 답했다.

현 의원은 “유아들은 상대적으로 소화 기능도 떨어지고 저장 기능도 떨어진다”라며 “그런데 이 친구들에 초등학생들과 동일하게 급식을 제공하는 게 맞는지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예를 들어 초등학생에게는 고춧가루를 뿌린 콩나물무침이 제공되면, 유치원생에게는 고춧가루를 빼서 나가는 방식으로 구분한다”라며 “학교 누리집에는 (초등학생 급식) 대표 사진 한 장만 올라가기 때문에 유치원생에게도 동일하게 제공됐는지 확인할 순 없다. 다만 일선 학교에 지속적으로 관련 안내를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에 제보된 매운 급식 사진들. 정치하는엄마들 제공

앞서 지난해 11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유치원생들에게 매운 급식을 제공하는 것도 아동 인권 침해에 해당된다며 교육부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해에 진정서를 제출했던 바 있다.

병설유치원생의 경우 병설 초등학교 학생들과 같은 급식을 먹게 되는데, 이때 매운 급식이 나올 경우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유·아동에겐 폭력적인 행위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진정서에 “(유아가) 매운 음식을 과도하게 먹으면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고 장 점막을 자극해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유아는 성인보다 미뢰가 예민해서 같은 정도의 매운맛이라도 강한 통증으로 느낄 수 있다”라며 “매운 급식을 강요하는 행위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또 “매움을 느끼고 견디는 정도는 개인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유·아동에게 매움(고통)을 참도록 강요하는 것은 폭력적인 행위”라며 “일부 아동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을 제공하고, 배고픔을 유발하고 방치하는 것도 명백한 차별행위이자 인권침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 6월 인권위는 “어느 정도의 매움이 아동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기준 마련이 불가능하다”라며 해당 진정을 기각했다.

매운맛은 주관적으로 감지되는 것이고, 조리 과정에서 ‘매움’에 대한 객관적인 척도를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인권위 설명이다.

이에 ‘정치하는 엄마들’은 “인권위의 기각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라며 “대체식을 제공하지 않고 매움을 참도록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매운 음식을 견디게 할 것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불복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변윤재 인턴기자 jaenalist@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