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장 벌 떼죽음' 인천 을왕동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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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 강하면 주인을 먹여 살리고, 약하면 주인이 먹여 살린다는데 지금은 딱 벌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이에요."
지난 6일 오후 3시쯤 찾은 인천 중구 을왕동 산자락에는 꿀벌 수십마리가 죽은 채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산자락에 자리한 벌통 60여개 주변에도 꿀벌 사체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5~6월께 고랑을 타고 흐르는 침출수에 많은 꿀벌들이 달라붙었는데, 그 뒤 벌이 하나둘 죽어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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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 강하면 주인을 먹여 살리고, 약하면 주인이 먹여 살린다는데 지금은 딱 벌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이에요.”
지난 6일 오후 3시쯤 찾은 인천 중구 을왕동 산자락에는 꿀벌 수십마리가 죽은 채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꿀벌 사체를 자세히 보니 비행하다 죽음을 맞은 듯 날개가 펼쳐져 있다. 산자락에 자리한 벌통 60여개 주변에도 꿀벌 사체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도석(60·양봉업)씨는 “원래 작년 이맘때에는 벌통이 120개 있었는데 이번에는 자꾸 벌이 죽어서 합봉하다 보니 60개까지 줄었다”며 “아카시아 꿀 수확할 즈음인 5월부터 벌이 죽기 시작했다. 올해는 채밀을 한번도 못하고 벌 살리는 데만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봉업자 이경호(66)씨도 같은 피해를 봤다. 그는 벌통 18개에 있던 꿀벌 66%가 죽은 뒤 벌통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들은 꿀벌 집단 폐사 원인을 인근 공사장에서 흐른 침출수에서 찾는다. 5~6월께 고랑을 타고 흐르는 침출수에 많은 꿀벌들이 달라붙었는데, 그 뒤 벌이 하나둘 죽어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침출수에는 꿀벌들을 죽음으로 내몬 오염물질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주민들이 공사장 인근 하치장 한곳에서 채취한 흙과 모래의 성분 분석을 (재)한국환경조사평가원에 의뢰한 결과, 구리, 납, 아연, 니켈, 불소, 카드뮴이 논이나 주거지 토양 기준치를 많게는 3.4배, 적게는 1.1배 웃돌았다.
공사장에 흙과 모래를 납품한 서아무개씨는 “건설현장에서는 해당 흙과 모래를 사용할 수 있다. 폐기물분석법 검사도 통과했다”며 “다만 이 흙과 모래는 건설현장 안에서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이나 주거지 기준치를 웃도는 ‘오염 토양’이긴 하지만 건설현장에서는 적법하게 쓸 수 있는 오염 수준이라는 뜻이다.
주민들도 서씨 설명에는 수긍한다. 문제는 토양의 오염 성분이 녹아 있는 물이 공사장 밖으로 흘러나왔다는 데 있다. 지난 8월 폭우가 내릴 때는 흙과 모래마저도 공사장 밖으로 흘러나왔다고 한다. 이도석씨는 “토양에서 침출수가 나오지 않도록 옹벽을 충분히 쌓고 방수처리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며 “지난 여름에는 비가 내려 토양들이 건설현장 밖으로 밀려 내려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위는 명확하지 않지만 오염 토양을 의도적으로 공사장 밖으로 옮기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강근 을왕3통 주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토양을 공사장 밖으로 반출한 이유가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천 중구는 불법 토양 반출과 관련해 행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건설공사의 시행사는 12일 주민들과 만나 토양 문제 처리를 놓고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시행사 쪽은 꿀벌 폐사와 건설공사의 인과관계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글·사진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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