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살 옛 공장에 예술의 숨결..세종시 '조치원 1927'

최예린 2022. 10. 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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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세종시 조치원읍 남리의 옛 산일제사 터를 찾았다.

"공장 직원들의 기숙사로 쓰던 건물이에요. 최대한 옛 모습을 보존하면서 전시공간으로 새단장했죠." '조치원 1927 아트센터'의 반윤정 기획팀장이 다다미방 안에 남아 있는 붙박이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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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남리의 ‘조치원 1927’에서 재즈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최예린 기자

지난 6일 세종시 조치원읍 남리의 옛 산일제사 터를 찾았다. 기숙시설인 학사동 안으로 들어서자 세월을 머금은 나무 냄새가 짙게 풍겼다. 낮은 천장에 벽면을 하얗게 칠하고 인테리어도 깔끔하게 꾸며놓은 1층을 지나 진갈색의 낡은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일본식 다다미방이 나왔다.

“공장 직원들의 기숙사로 쓰던 건물이에요. 최대한 옛 모습을 보존하면서 전시공간으로 새단장했죠.” ‘조치원 1927 아트센터’의 반윤정 기획팀장이 다다미방 안에 남아 있는 붙박이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학사동 옆에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인 공장 건물이 자리했다. 이 시설물은 일제강점기인 1927년 지어진 제사공장으로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작업이 이뤄졌다. 한국전쟁 때 조치원여자고등학교가 불에 타자 1950년부터 6년 동안 임시학교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후 1960년대부터 한림제지 공장으로 40여년 동안 활용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운영을 중단하고 10여년간 방치됐다.

옛 산일제사(한림제지)의 학사동 내부. 본래 모습을 최대한 살린 채로 리모델링해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도심의 흉물로 남은 산일제사(한림제지) 공장에 변화가 시작된 건 5년 전이다. 세종시는 2017년 옛 산일제사 공장을 문화시설로 재생하는 사업 계획을 세웠고, 162억원을 들여 바닥면적 1466㎡의 2층 규모로 건물을 리모델링한 뒤 지난 8월 ‘조치원 1927’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물 일부를 제외하고 학사동과 공장동을 새로 손봤다. 지붕의 뼈대 모양과 고가수조·저수조, 벽체, 굴뚝은 공장 가동 당시의 원형을 최대한 살렸다. 학사동 안에 있는 오래된 변기도 그대로 남겨 전시했을 정도다. 공장동에 마련된 본관 입구에는 철거하고 남은 목재와 철재를 전시해뒀고, 녹슨 솥단지는 위에 유리를 덮어 마당 테이블로 활용했다. 물때 낀 저수조는 산책로와 공연장으로 변모했다.

리모델링 전 옛 산일제사(한림제지) 공장 내부 모습. 세종시 제공

이날 오후 ‘조치원 1927’ 마당에는 재즈 선율이 울려 퍼졌다. 지역 협동조합과 소상공인을 위한 페스티벌 공연이었다. 150석 규모의 다목적홀에서 지역 스타트업 관련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카페는 커피와 브런치를 먹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주차장은 오전부터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건물 주변에는 종일 활기가 돌았다. 이곳은 주중에는 동네 주민들의 쉼터가 되고, 주말에는 세종시 신도심에서도 가족 단위 이용객이 많이 찾는다. 세종시는 ‘조치원 1927’을, 옛 목욕탕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조치원읍의 ‘청자장’ 등과 연계해 세종시 원도심 지역의 문화거점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치원 1927’ 본관의 천장 모습. 옛 공장의 지붕 모양을 살린 채로 리모델링했다. 최예린 기자

반윤정 팀장은 “조치원 1927은 낡은 공간에 새 숨결을 불어넣어 재생한 복합문화공간”이라며 “현재 공연·전시·상영회 등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며 지역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웨딩과 아카데미를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를 더해 세종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옛 산일제사(한림제지) 공장 안내도.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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