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열일하는 심장

2022. 10. 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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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북병원장

히포크라테스 이후 가장 위대한 의학자로 알려진 2세기 로마의 갈레노스는 음식이 간에서 혈액으로 바뀌고 폐에서 공기 방울과 섞인 일종의 버블('프네우마'라고 불렸다) 형태로 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펴진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간, 심장, 폐의 역할은 알고 있었으나, 음식이 직접 혈액으로 바뀌고 다시 폐에서 공기와 섞여서 버블이 된다는 지금으로서는 황당한 주장이지만 1500년 이상 절대적인 진리로 믿어져 왔다.

17세기에 영국의 윌리엄 하비가 혈액이 매번 간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양의 혈액이 전신을 순환하면서 간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폐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교환된다는 혈액순환론을 확립함으로써 비로소 현대식 개념이 확립됐다.

심장은 우심방과 우심실, 그리고 좌심방과 좌심실로 나누어져서 혈액을 운반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좌심실에서 강력한 힘으로 혈액을 직경이 2~2.3㎝의 굵은 대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보내게 된다. 대동맥은 점점 여러 혈관으로 나뉘면서 가늘어지고 궁극적으로 모세혈관이 되는데, 여기서 적절한 산소와 영양분을 세포 조직에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노폐물을 혈관 속으로 흡수하게 된다.

이렇게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인 혈액은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돌아와 우심방에 저장되었다가 우심실을 통해 폐로 가서 이산화탄소를 신선한 산소와 교환한 다음 좌심방으로 이동하여 저장된다. 그러면 다시 좌심실에서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게 된다. 이때 좌심실은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야 하므로 120/80㎜Hg의 높은 압력으로 혈액을 방출한다.

반면 우심실은 단지 폐동맥으로만 혈액을 공급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15~30㎜Hg 정도의 압력만 유지하면 충분하다. 따라서 심장의 두께도 좌측은 두꺼운 데 비해 우측은 상대적으로 얇다. 이런 이유로 마치 2개의 다른 심장이 있는 것처럼 우심장, 좌심장으로 나뉘어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심각한 질환이 좌측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선천성 기형 중에서 폐고혈압을 유발하는 경우에는 다른 판단을 한다.

그런데 심장은 1분에 60회 정도의 맥박을 유지하므로 좌심실과 우심실 모두 1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혈액을 받아들인 다음 동맥으로 내보내는 과정을 모두 마쳐야 한다. 심실이 수축하면서 동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동안 좌심방과 우심방은 미리 혈액을 저장했다가 심실이 확장되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다량의 혈액을 심실로 이동시키게 된다.

이때 좌심방,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 4개의 공간에서 혈액이 역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밸브가 작동되는데, 이 밸브를 '판막'이라고 부른다. 특히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의 승모판막과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의 대동맥 판막이 중요하다.

심장이 1분에 50회 이하로 뛰면 충분한 혈액 공급이 안 되며, 40 이하가 되면 피로감, 어지럼증, 짧은 호흡, 가슴 부위의 통증, 실신 등의 증상이 생기게 된다. 반면에 맥박이 너무 빨라지면 심장이 수축과 확장을 충분히 하기 전에 다음 박동으로 넘어가면서 한 번도 제대로 혈액을 내보내지 못하게 된다. 즉, 혈액을 내보내는 횟수는 증가하지만 매번 소량만 심장에서 내보내가 때문에 심장에서 나가는 전체 혈액량도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맥박이 빨라지면서 가슴이 뛰는 증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에도 1분에 100회 이상 맥박이 뛰면 반드시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정상 맥박을 60회로 판단하는 것은 심장이 가장 효율적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횟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만큼 심장근육에도 충분한 혈액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별도의 동맥이 필요한데, 이 동맥이 심장에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왕관(crown)처럼 보인다고 하여 관(冠) 모양(狀)의 동맥, 즉 '관상동맥'이라고 부른다.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협심증'이 되고 완전히 막히면 '심근경색'이라고 부른다. 두 질환을 합쳐서 '허혈 심장 질환(虛血心臟疾患)'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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