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 삼바 4공장..23개월 만에 완공 비결 뒤엔 '반도체' 있었다

김명지 기자 2022. 10. 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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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K바이오 새 역사
삼성 신수종 사업으로 2011년 시작
초대형 4공장까지 쾌속 질주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공장 23개월만에 완성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준공식/ 삼성전자 제공
지난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4공장 전경/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방문한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4공장은 연간 바이오의약품 25만6000L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공장이다. 지난 3월 말 골조만 앙상하게 있었던 4공장은 이날 벽은 물론, 옥상 공사까지 마치고 부분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2020년 11월 착공한 4공장은 이날 준공까지 1년 11개월(23개월)이 걸렸다. 7만 2000평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2년도 안돼서 준공해 부분가동에 들어간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실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슈퍼플랜트 4공장, 23개월만에 준공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세계 최대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준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이 반도체·석유화학 등 산업 플랜트 건설을 통해 축적해온 기술력과 노하우가 담긴 ‘병렬 공법’ 덕분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병렬 공법은 공장 설계⋅조달⋅시공 등 주요 공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이다.

공장 안에 들어갈 핵심 설비에 대한 발주를 먼저 해 두고, 외부 공사와 내부 설비 작업을 진행하는 기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기법으로 공사 기간을 40%가량 단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준공 현황.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까지./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그래픽=김명지 기자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올해 초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공장 건설 속도를 언급하며 “건설 기간을 2배 가량 단축해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높은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은 일반 화학(케미컬) 의약품과 비교하면 생산 공정이 까다롭고 복잡해서 병렬공법 적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 그대로 ‘생물(Bio)’인 바이오 의약품은 살아있는 미생물을 다루기 때문에 수백 개의 배관과 공조설비 등을 완벽히 갖춰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외형 공사가 진행 중인 공사 현장 안에 ‘모형(mock up) 클린룸’을 설치했고, 모든 클린룸에 건설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3D 입체 설계를 통해 1.5인치 이하의 작은 배관들까지 도면에 정밀하게 설계되도록 구현했다고 한다.

바이오 공장 건설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배관(파이프) 기술 노하우도 한몫했다. 바이오의약품은 공정에 따라 파이프로 미생물을 이동시키게 된다. 문제는 이런 배관이 틀어져서 한쪽에 미생물들이 고이면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반도체 공정의 ‘정밀성’ 노하우로 이런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 신기록 갱신하는 삼바 인천 송도 공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송도 공장은 매번 세계 최대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삼성의 신수종(新樹種) 사업 일환으로 설립됐다. 2011년 2월 글로벌 제약서비스 기업 퀸타일즈사(社)와 300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하고, 4월 첫 이사회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로 회사명을 정했다.

창립 한달 후인 2011년 5월 인천 송도에 착공한 3만L 규모의 1공장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사례로 꼽힌다. 당시 바이오의약품 CMO 경험이 전무했던 후발주자로서 수주 계약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삼성 특유의 끈질긴 도전으로 2013년 7월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과 첫 CMO 계약 체결에 이어 그해 10월 스위스 로슈(Roche)와도 계약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제 4공장에서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후 2013년 9월 15만L 규모의 2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이는 당시 업계 최대 규모였던 9만 리터의 1.8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신생 기업의 초대형 공장 건설 계획에 업계는 우려를 표했지만, 1년 5개월만에 준공을 마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공장을 준공한 2015년 11월 18만 리터 규모의 초대형 3공장 착공했고, 2년만인 2017년 11월, 3공장 준공을 마치고 2018년 10월 cGMP(FDA가 인정하는 의약품 품질관리 기준) 생산을 시작했다. 3공장 건설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36만 4000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보유한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로 부상하게 됐다.

◇ 20여개국 인증기관에서 132건 품질 승인

의약품은 아무리 빠르게 생산한다고 해도 품질 인증을 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은 생산 공정에서도 동일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독 당국의 감독과 승인을 새로 받아야 한다. 삼바 4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서 판매하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유럽에서 판매하려면 유럽의약청(EMA)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YONHAP PHOTO-2733> 국내 생산 모더나 백신 첫 출하 (인천=연합뉴스) 2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국내 생산 모더나 백신이 출하되고 있다. 2021.10.28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2021-10-28 11:51:38/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미국 FDA의 원료의약품(DS) 심사 승인을 받은 이후 유럽 EMA, 일본 PDMA, 캐나다 HC 등 20여개국의 인증기관으로부터 모두 132건의 제조/품질 승인을 받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힌 2020년에는 공장 시설을 가상으로 볼 수 있는 ‘라이브 버추얼 시스템’을 갖춰 고객사들이 가상으로 참관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백신 및 치료제’ 생산 기지로 새로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 2년여 간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그린라이트, GSK 등 글로벌 제약사와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모더나와 현존하는 최신 바이오 기술로 통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완제(DP) 생산 계약을 맺었다. 특히 모더나와 계약 체결 5개월 만에 식약처 승인을 받고 백신을 출하하는 기록을 세우면서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

1~4공장 건설비용은 총 2조원이며, 생산 유발 효과는 5조 7000억원, 고용 창출 효과는 2만 7000명으로 추산된다. 4공장 사전 수주 활동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제약사 5곳과 7종의 제품에 대한 생산 계약을 체결, 현재 글로벌 톱티어 20곳과 추가 계약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번 4공장 건설로 1850명의 임직원이 신규 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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