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원하는 학교만 평가"..사교육 조성 우려도
現 일부 표집 방식서 탈피
2024년부터 초3~고2 평가
교육부 "학력미달 학생 늘어
능력 파악해 맞춤형 교육"
"수준 파악" vs "학업 부담"
학부모들은 찬반 엇갈려
교육당국은 학생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대상을 2024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로 확대한다. 그동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방식(표집조사)으로 인해 일부 학생들만 응시기회를 가졌다는 의견을 고려해 원하는 학교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는 중3, 고2 학생의 3%만 표집해 실시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는 별개다.
이 같은 제도 변화 배경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지속적인 증가가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학업성취도 평가를 받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14.2%가 수학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평가1 수준)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7년 기초학력 미달 비율(9.9%)보다 4%포인트 이상 높다. 같은 기간 국어·영어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 역시 각각 5.0%, 4.1%에서 7.1%, 9.8%로 상승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최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 학생들 중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국가와 교육당국의 책무가 더욱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영국 등 국가에서도 읽기, 셈하기 등을 중심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참여를 원하는 학교에 한정해서 대상을 확대하기 때문에 학업성취도 전수 조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기초학력보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사들이 지필평가 외에도 상담과 관찰 등으로 기초학력을 지원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에 추진했던 내용인 데다 교육청별로 참여 학교를 취합하면 대다수가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구 지역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일제고사 부활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줄 세우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학교별로 찬반 여론이 존재할 텐데, 특정 성향의 학교장이 앉아 있는 곳이 아니라면 참여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과거와는 교육 환경이 많이 달라져서 일제고사라고 낙인찍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이번 발표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초·중·고교 세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자녀들을 평가하기 위한 잣대를 두기 위해서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자녀들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일부에선 줄 세우기라고 비판하지만 이대로라면 우리 자녀들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생들의 학업 부담은 생각하지 않는 전근대적인 사고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공교육이 단순 줄 세우기 식으로만 돌아가려는 것이 안타깝다"며 "아이들이 생각할 시간을 갖고 창의력을 기를 수 있도록 공교육이 질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의 부활은 구시대 정책이며 사교육 시장이 다시 들썩일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 개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야 하는 새로운 시대의 교육과 거리가 먼 구시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교원단체 사이에서는 '기초학력은 기본권' '사실상 학업성취도 평가의 준강제화'라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한편 교육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 확대와 함께 학생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올해 6000개 학교에서 운영 중인 두드림학교를 2027년까지 모든 초·중·고교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박윤구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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