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경고에도 배관 타고 여친집 침입, 폭행한 20대, 또 체포..구속 기각 논란

합의 요구하며 폰으로 70여차례 연락·직접 찾아가기도..SNS에 비방글도
법원, 경찰의 영장 신청과 잠정조치 기각..시민단체 잇딴 비판

스토킹 [연합뉴스]

경찰에게서 스토킹 경고를 받았는데도 배관을 타고 여자친구 집에 침입해 폭행을 저질렀던 20대 남성이 구속영장 기각 이후 접근금지 처분을 어기고 또 피해 여성을 찾아갔다가 결국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법원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지만, 재범 우려가 큰 스토킹 범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20대 남성 A씨는 지난 10일 오전 1시 30분쯤 진주 시내 한 식당에 있는 전 여자친구 B씨를 찾아가 합의를 요구하던 중 B씨 일행에 의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A씨는 B씨와 사귀던 시절 상호 합의로 깔아둔 위치추적 앱을 이용해 B씨가 있는 장소를 알아낸 뒤 찾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앱만 삭제하면 위치추적 기능이 없어지는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기능을 없애려면 앱에서 위치추적 동의를 철회하거나 회원 탈퇴를 해야 한다.

경찰은 A씨가 B씨에 대한 물리적 또는 온라인상 접근을 금지하는 처분인 잠정조치 2·3호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당일 오후 6시쯤 영장을 발부받아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지난달 19일 밤 헤어지자는 B씨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로부터 스토킹 처벌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다음날인 20일 새벽 B씨 집의 배관을 타고 침입, 폭행한 이후 잠정조치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당시 A씨에 대해 구속영장과 잠정조치 4호(스토킹 혐의 피의자를 최대 한 달 간 경찰서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입감할 수 있는 제도)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B씨에게 전화 및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70여 차례 연락해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또 본인 계정 인스타그램에 B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의 재범 우려가 크다고 보고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차 신청할 방침이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