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자율평가 대상 확대한다..사실상 '전수평가' 부활?(종합)

김정현 2022. 10. 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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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기존 평가, 일관된 기준 따른 진단 어려웠다"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2024년 초3~고2로 확대
미달 학생 평가·지원 대상 학생 학교장이 정해
"일제고사·전수평가 아니다" 부인했지만 우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2.10.11. dahora83@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2024년까지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을 확대해 학교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이를 두고 5년 전에 '줄세우기' 지적 속 폐지된 학력 전수평가의 사실상 부활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자율평가' 초3~고2 확대…"사각지대 없앨 것"

이번 계획은 올해 3월 시행된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른 첫 종합방안으로, 국가가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적 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학교장은 기초학력진단검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지원이 필요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학습지원대상학생'으로 선정할 수 있다.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절차는 2개월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에서 배워야 할 학습목표(성취기준)의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계획은 일선 학교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선정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시험(평가도구)을 치를 수 있는 대상 학년을 확대하고, 활용절차를 마련했다.

이해숙 교육부 학생지원국장은 "학교가 기초학력 지원 대상 학생을 선정하는 것은 물론 재량규정"이라면서도 "특별하게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는 한 해야 될 재량 기준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그동안 진단 참여를 희망하는 학교 중심으로 지원이 돌아가는 측면이 있었고 그래서 사각지대가 있었다"며 "이를 없애 학생이 어느 곳에 있든 미달이 발견되면 지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기초학력 보장 종합게획(2023~2027) 중 일부. (자료=교육부 제공). 2022.10.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충남대에서 개발한 '기초학력 진단검사'(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은 초등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이 활용 가능했으나 2024년부터 고2까지 확대한다.

'컴퓨터 기반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자율평가)는 올해 초6·중3·고2였던 대상 학년이 내년에 초5·고1이 추가되며, 2024년에는 초3~고2로 넓어진다.

자율평가는 학교생활·교과·정서적 역량 등을 진단하는 평가다. 학교·학급 단위로 신청할 수 있지만 이를 개인적으로 응시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한다.

학교에서 어떤 시험을 활용할지, 누구를 기초학력 미달 학생으로 정할지에 대해서는 학교장이 '학습지원대상학생 지원협의회'를 설치해 심의한다.

2025년부터는 인공지능(AI) 기반 진단체계를 구축해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을 진단하게 할 방침이다.

필요하면 학교가 교육지원청 단위로 설치된 학습종합클리닉센터 등 전문기관에 의뢰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한다. 경계선 지능, 읽기 곤란 등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위해 심층적인 진단을 돕기 위한 취지다.

교육부는 학교에서 선정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학력을 향상하기 위한 다중 안전망도 구축한다.

AI 학습 프로그램, 디지털 교과서 등을 활용해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 '1수업 2교·강사' 제도를 활용해 정규 수업과 별개로 보충 수업을 실시한다.

초1~2 한글 익힘 시간을 448시간에서 482시간으로 34시간 늘리는 등 교육과정의 학습량을 조정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중단에 따른 학습 결손을 해소하기 위한 방과 후 소규모(1~5명) 보충 수업, 교원자격 소지자나 대학생을 활용한 튜터링을 지원한다.

"전수평가 부활 아냐"…교육계 '사실상 부활' 해석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의 이번 계획을 보고받고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폐지된 전수평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말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표집 방식이었다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전수평가로 전환돼 일제고사로 일컬어졌다.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중3과 고2 전체 3%만 뽑아 실시하는 표집평가로 바뀌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표집평가를 전수평가로 바꾸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교육부는 당초 이튿날 예정된 브리핑을 앞당겨 열고 이를 부인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올해도 표집평가를 유지한다.

장 차관은 이번 계획에 대해 "일각에서는 일제고사의 부활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참여를 원하는 학교에 한정해 확대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전수평가를) 지난 정부에서 폐지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수평가라는 용어가 나왔다"며 "(자율평가를) 희망하는 학교가 '원한다면 모두 다 받아주겠다'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자율평가'에 대해서는 학교·학급별로 희망하는 곳에서 참여하고 그 결과도 과거 일제고사 때처럼 공개하지 않기에 전수평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2.10.11. dahora83@newsis.com


하지만 새 학년도가 시작한 지 2개월 안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정해야 하는 만큼 신청 학교가 많으면 사실상 전수평가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88%의 학교가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활용하고 있으며, 일선 시도교육청이 개발한 별도의 평가 도구 등을 포함하면 올해 4월 전체 학교의 96.7%에서 기초학력 진단평가가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2년 동안 등교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위권이 사라지고 하위권이 늘어나는 학력 격차가 커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도 2017년 대비 국어, 수학, 영어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교육부도 "학교별로 객관적이고 일관된 기준에 따른 기초학력 진단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의 진단도구로는 개별 학생의 수준과 능력을 고려한 맞춤형 진단을 지원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윤 대통령 역시 "학생별로 밀착 맞춤형 교육을 해서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며 "줄 세우기라는 비판 뒤에 숨어 아이들의 교육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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