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서 죽쑤는 한국 면세점..싱가포르 공항선 훨훨나는 이유
창이공항, 독점판매 사업권 줘
주류·담배·화장품·패션 등
상품 공급사보다 협상력 우위
매장 만기땐 재계약 여부 협상
파격적 할인·기획행사 가능
위스키 사는데 10분씩 줄 서
◆ 동남아 향하는 면세점 (下) ◆
이는 싱가포르에서 각종 국제 학술대회와 비즈니스포럼이 수시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F1)을 직관하기 위해 유럽 등지에서 관광객이 대거 몰리기도 했다. 이곳 공항의 여객 수(PAX)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60% 수준을 회복했다. 이에 창이공항은 코로나19 이후 폐쇄했던 터미널4 운영을 지난달 13일 재개했고, 이달 중에는 터미널2까지 문을 열어 터미널 4곳을 모두 가동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한국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과 듀프리(스위스), DFS(미국), 라가데르(프랑스) 등 세계 굴지의 면세점 5곳이 둥지를 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기준 창이공항 여객 수는 연간 7000만명으로, 이곳 면세점 등 상업시설 매출은 연 2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날 터미널3 출국장 중심부에 위치한 복층 구조의 롯데면세점 중심매장(센트럴)은 내부 수리가 한창이었다. 공사가 예정대로 내년 3월 말 마무리되면 2층에는 로봇 바텐더가 근무하는 이색 칵테일바가 들어선다. 또 외벽은 통유리로 바뀌어 외부에서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주로 1층 매장에만 머무는 고객을 2층까지 유인하기 위한 공사로 창이공항 여객 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졌다. 바로 옆에 위치한 신라면세점 중심매장에선 110여 개 화장품 브랜드들이 매장을 메운 고객을 상대로 활발한 영업을 펼치고 있었다. 특히 최근 유럽 여객 수가 부쩍 늘면서 향수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북미·유럽·중동·동북아시아·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이 들고 나는 이곳 창이공항 입·출국장 상업시설 매출의 절반가량을 한국 면세점이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창이공항의 상업시설 매출은 2조4500억원(약 28억6000만싱가포르달러·회계연도 말일 환율 기준)을 기록했는데 이 중 4분의 1인 6000억여 원을 신라면세점이 달성했다. 또 DFS가 40년간 갖고 있던 주류·담배 면세사업권을 2019년 말 낙찰받은 롯데면세점도 올해 상반기 공항 상업시설 영업 재개 이후 신라면세점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이전 DFS는 주류·담배 판매로 연 5000억원가량 매출을 올렸는데, 롯데면세점은 내년 이 같은 매출 규모를 회복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창이공항이 엔데믹과 동시에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은 상업시설 경쟁력과 무관하지 않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창이공항 면세점 정책은 이곳 면세사업자들이 타 공항 면세점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 핵심이 면세사업자들에게 특정 품목에 대한 독점사업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창이공항 5개 면세사업자들은 △주류·담배(롯데) △화장품·향수(신라) △패션·잡화(DFS) △토산품(라가데르) 등 품목별도 독점사업권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 면세사업자들의 가격 협상력이 강화돼 상품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다. 아울러 독점사업자 지위를 기반으로 각 브랜드와 협업해 창이공항 면세점만의 단독 기획상품도 출시할 수 있다. 실제 싱가포르에선 화장품·향수의 경우 소매가의 7%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GST)만 면세되지만 독점사업자인 신라면세점은 여러 화장품 업체들과 협업한 단독 패키지상품을 출시해 소매가보다 10% 넘게 할인된 가격의 상품을 여럿 판매하고 있다. '공항 면세점 쇼핑은 창이공항에서'라는 인식이 여행객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게 창이공항 면세사업장의 운영 목표다.
인천공항은 창이공항과 마찬가지로 연간 7000만명이 넘는 여행객들을 맞이했던 동북아 허브 공항이지만 면세사업장 곳곳이 공실인 상태다. 해외로 나가는 여객 수가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에 여러 제약이 많은 점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창이공항은 기존 면세사업자와 협상을 통해 재계약(수의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30~40년씩 관계를 이어가며 안정적으로 매장을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반면, 인천공항은 임대계약이 끝날 때마다 공개입찰을 실시해 사업 안정성이 떨어진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국가계약법에 따라 공개입찰을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탓이다. 하지만 공항 상업시설에서 공실이 발생하면 결국 공항 입장에선 사업권 입찰 시 입찰가를 높이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고 이는 면세사업자들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을 안겨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싱가포르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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