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함과 부드러움으로 나만의 공간을 쌓아간다

이한나 2022. 10. 1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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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 원로 2人 통인화랑 개인전
차가운 추상 이태현 '원점에서'
한지로 입체 구축 송광익 '지물'
이태현, space 2020 130² III corona (2020) [사진 제공 = 통인화랑]
내부 질서를 통해 계획적이고 단단하게 평면 공간을 채워가는 이태현(82)과 연약하면서도 강한 속성을 지닌 한지로 입체 추상을 쌓아가는 송광익(73)이 만났다. 색면추상을 묵묵히 수행해온 작가 2명의 개인전이 서울 관훈동 통인화랑에서 나란히 열리고 있다.

화랑 5층 이태현 개인전 '원점에서'는 바둑판이나 격자무늬 구조의 규칙과 불규칙이 조화를 이루는 차가운 추상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작가는 네오다다(반예술운동)와 미니멀리즘 경향으로 평면에 대한 시지각적, 구조적 접근을 시도해 한국미술협회전 대상과 국전 특선 입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지난 1967년 '무'동인 전시장에서 한국 최초의 해프닝 '비닐 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을 시도하는 등 전위예술 선봉에 서며 다양한 변화와 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꾸준함 속에서 은밀한 자기면모를 시도하며, 완성된 자기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모색해온 작가"이자 "우리 미술에서 가장 실험적인 의식의 소유자"라고 평했다.

그는 1970년대 전통 창호와 팔괘(八卦) 등 우리 전통 문양에서 출발한 '공간'연작을 평생의 화두로 발전시켰다. 관념적 공간을 중심축으로 삼고 부분과 전체의 유기적 관계를 기하학적으로 구축해 왔다. 작가는 "앵포르멜 시절 뜨거운 추상이 주류일 때도 조형미에만 집중하는 차가운 추상에 매력을 느꼈다"며 "공간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데 이제 근원적인 '점(点)'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전시를 본 스승 박서보 화백은 최고의 전시라며 극찬했다. 전시는 30일까지.

이태현, space 2021 30p Ⅸ corona (2021) [사진 제공 = 통인화랑]
지하 전시장에서는 송광익 개인전 '지물'을 통해 얇고 연약한 한지가 단단한 색면추상 입체로 다채롭게 변화한 작품을 발견한다. 단단한 판지를 쌓고 한지를 붙이는 순수한 노동의 결과물이다. 그림 측면에서 약 5㎝의 높이감을 확인하고 전면을 보면 감상자 위치에 따라 다채로운 색면이 새롭게 열린다.

대구에서 구상화로 출발했던 작가는 일본 유학중 한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20여년간 홀로 작업해 왔다. 송 작가는 "종이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유연하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고, 무수한 종이들이 만들어 내는 공간성과 빛의 굴절 반투명성, 서로 부딪힘과 흔들림, 그리고 공간과 공간을 통하게 하는 투과성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송광익, 지물(紙物)_한지,아크릴(2018) [사진 제공 = 통인화랑]
일본 규슈 비엔날레에서 수상한 작가는 올해 봄 교토 소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며 일본에서 호응을 얻었다. 작가는 조수도 안쓰고 온몸으로 반복 수행하며 자연스럽게 공간을 쌓는다. 80호 작품 한점 완성에만 한달 이상 걸린다. 한지 특유의 편안한 색감으로 다양하게 구축한 작품도 매력적이다. 전시는 16일까지.
송광익, 지물(紙物), 한지(2019) 부분 [사진 제공 = 통인화랑]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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