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석유·가스 노동자들 반정부 시위 가담..정권에 타격 줄까

박은하 기자 2022. 10. 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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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살루예 공장 파업 영상 확산
이란 혁명 때도 석유 노동자 파업
당국의 시위 진압도 더욱 강화
이란 아살루예 부셰르 석유화학 공장에서 10일(현지시간) 일어난 파업/카림 사자드푸르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 트위터

4주째 계속되고 있는 이란 반정부 ‘히잡 시위’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가세했다. 이란의 핵심 산업 노동자들이 시위에 가담하면서 정권에 치명타를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통신 등은 10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도시 아살루예에 위치한 국영기업 부셰르의 석유화학 공장, 아바단과 캉가의 정유공장 등지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며 시위에 가담했다고 현지 소셜미디어를 인용해 보도했다.

온라인에 공개된 한 영상에서 아살루예의 노동자들은 수십명이 석유화학단지로 향하는 길을 막고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가 함께 한다”,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구호를 외쳤다. 또 다른 영상에는 시위대가 “올해는 피의 해.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끝났다”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아야톨라’(시아파 고위 성직자)란 칭호를 붙이지 않고 부른 것이다. 이 영상의 주인공은 “근무가 시작되는 오전 6시 파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민간 회사에 고용된 유조선 운전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쿠웨이트에 인접한 수출항 아바단 정유공장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사업자들이 화물 운송을 나흘 연속 거부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고속도로 한가운데 인화성 물질이 담긴 통을 놓고 불을 질러 길목을 막는 영상도 공개됐다.

이란 정부는 노동자들의 시위 참여에 대한 논평을 피했다.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시위를 700명의 노동자들이 연루된 임금 분쟁이라고 묘사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센터(CHRI)는 ‘석유노동자 시위조직위원회’에서 나온 성명을 인용해 “(당국의)진압과 살해에 항의하는 파업”이라며 “우리는 매일 전 국민과 함께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노동자 시위조직위원회는 지난달 말 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지 않으면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석유 및 가스산업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소매점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학생들의 시위를 지지하며 문을 닫았다. 1979년 이란 혁명도 상인들의 철수와 석유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이 결합하면서 팔라비 왕조에 치명타를 가져왔고 이는 성직자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번에도 이란의 핵심 산업인 에너지 분야 노동자들까지 반정부 시위에 합세하면서, 이번 사태가 정권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림 사자드푸르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1978년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석유 의존도가 낮아졌지만 에너지 수출은 여전히 ​​경제의 핵심”이라며 석유 노동자들의 시위 참여가 정권에 타격을 줄 것이라 진단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시위가 새로운 정치질서 수립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토니 블레어 글로벌 변화 연구소’의 카스라 아라비는 “시위가 지속되면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란 당국의 탄압 강도 역시 격화되고 있다. 쿠르드 인권단체 헹가우 인권이사회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서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사난다즈에서 당국이 시위대에게 발포했다며 소총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이 단체는 또 쿠르드족 거주지인 살레스-에 바다자니에서는 아린 무리디라는 22세 남성이 시위 도중 총에 맞아 사망했고 120명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IHR)은 최소 185명이 이번 시위 과정에서 과잉진압 등으로 인해 숨졌다고 보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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