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보제약 리베이트' 의혹 1년, 검찰은 아직 수사 개시도 안했다

허진무 기자 2022. 10. 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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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료사진. 성동훈 기자

검찰이 ‘경보제약 리베이트’ 의혹 사건을 정식 입건하지 않고 ‘내사’ 사건으로 처리해 1년이 넘도록 수사를 개시하지 않은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김태영 종근당홀딩스·경보제약 대표는 검찰 수사를 이유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 목록에서 빠졌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검사 박혜영)는 지난해 9월 대검으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은 뒤 정식 수사사건에 부여하는 ‘형제번호’가 아닌 ‘수제번호’를 부여해 내사 중이다.

경보제약 직원 강모씨는 지난해 5월 회사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약값의 20% 이상을 전국 병·의원 수백곳에 돌려주는 식으로 총 400억원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를 했다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같은 해 9월 강씨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하고 검찰에 경보제약의 의료법·약사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수사를 의뢰했다. 대검은 ‘식품의약 안전 중점 검찰청’인 서울서부지검에 사건을 이송했고, 서울서부지검은 6개월이 지난 올해 3월에서야 신고자인 강씨를 불러 조사했다. 강씨는 이때 자신이 수집한 증거 자료를 제출했지만 현재까지 수사 개시 통보를 듣지 못했다.

대검의 ‘사건처리절차 안내’를 보면 내사란 ‘수사를 개시하기에 앞서 범죄의 혐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 활동’이다. 검찰은 내사를 통해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입건해 수사를 개시하고,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종결 처분한다. 검찰이 권익위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지 1년이 넘었지만 입건하지도, 내사 종결 처분하지도 않은 것이다.

검찰은 리베이트 의혹 사건 특성상 기초 조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입장이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다른 기관으로부터 받은 수사의뢰는 내사사건으로 수리하는 것이 통상 절차”라며 “사건 관련자 조사와 자료 확보 등을 통해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사가 진행되는 동안 경보제약은 지난 5월 강씨가 회사 내부 문건을 유출하고 업무에 태만했다는 이유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8월 경보제약이 부당 징계를 했다며 취소하라고 판정했다. 경보제약은 강씨를 다시 징계하려고 했지만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징계위원회 개최를 미뤘다. 권익위가 징계위 하루 전날 “조사 후 불이익조치(징계)가 신고로 인한 것으로 판단될 시 고발 등 필요한 조치가 행해질 것”이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국회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김태영 대표를 지난 6일 열린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철회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혐의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경보제약 측 소명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보제약은 회사 차원에서 리베이트를 엄격히 금지한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경보제약은 유명 제약회사인 종근당홀딩스의 자회사이다.

강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제약업계에서 리베이트가 사라지면 소비자가 리베이트 액수만큼 저렴한 가격에 약을 구입할 수 있다”며 “검찰이 일부 정치적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민생 사건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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