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친일파' 공세..중도층과 젊은층에 통할까

김윤나영·탁지영 기자 2022. 10. 11. 16: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벌어진 한·미·일 연합훈련을 옹호한 여권을 향해 연일 ‘친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배경에는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일본 자위대의 정식 군대 불인정과 독도 영유권 문제는 중도층에 호소력을 얻을 수 있는 주제라는 것이다. 공세 과정에서 불거지는 과격한 언사는 여론 선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한·미·일 연합훈련을 방어한 국민의힘을 겨냥해 “해방 이후 친일파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전날 유튜브 방송에서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 것에서 발언 수위가 좀 더 높아졌다.

이 대표는 이번 훈련이 “일본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할 빌미가 될 수도 있고, 일본이 궁극적으로 한반도에 개입할 구실이 될 수 있다”며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일본을 두고는 “여전히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경제침탈을 자행하고,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에 있어서도 개선의 의지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며 “과거의 침략과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국 정부가 동해에서 일본 자위대가 해상훈련을 하도록 허용한 것은 초유의 사태라고 거듭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러다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자위대를 일본 해군으로 명명한 미국 국방부의 행태를 용인하고 나아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위한 평화헌법 개정과 한·미·일 군사동맹까지 찬동한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친일 공세 강화로 지지층 결집을 도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도층 여론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본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단행했을 때도 민주당이 강경하게 대응했지만 역풍은 없었다”며 “일본 문제로 강 대 강 대치를 할수록 중도층은 민주당으로 오고 굴욕 외교 논란에 이어 윤석열 정부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일본이 한국에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후인 2019년 7월 23~25일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한·일 분쟁에 대한 정부 대응을 물은 결과 ‘잘 대응하고 있다’ 50%, ‘잘못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은 36%였다(95% 신뢰수준,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2019년에는 한국 법원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일본이 한국에 먼저 경제 제재를 가했다면 이번에는 북핵 위기에 대한 한·일 군사협력 문제라 사안이 다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복잡한 한·일 관계 문제를 ‘친일 대 반일’이라는 단순 구도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중도층과 젊은층의 반응은 한쪽으로 쏠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여야가 거친 말을 주고받는 과정이 민주당 지지율을 되려 박스권에 가둘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수도권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아무리 잘못했더라도 당도 한·미·일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미묘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반응하는 것이 좋다”며 “발언이 너무 거칠면 국민도 피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