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제자 성폭행 발각되자 "사랑하는 사이" 호소한 30대 태권도 사범..전문가 "명백한 범죄"

정재우 2022. 10. 1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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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A양 "처음에는 싫었으나 점점 좋아졌다" 반응 보여
A양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도 "좋아한다"며 같은 범행 시도
전문가들 "그루밍 성범죄에 의한 미성년자 의제 강간 사건" 진단
14세 제자 A양을 성폭행해오다 이 사실이 발각되자 피해자의 모친에게 “학생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주장하는 태권도 사범 B씨. SBS ‘궁금한 이야기 Y’ 갈무리
 
30대 남성인 태권도 사범이 자신의 중학생 제자를 성폭행한 뒤 이 사실이 발각되자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며 결혼을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일 방영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양(14)을 상대로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 B씨의 이야기가 다뤄졌다.

방송에 따르면, 올해 초 A양을 태권도장에 등록한 그녀의 모친은 딸의 태도가 태권도 수강 이후로 달라진 것을 느꼈다. A양은 귀가 시간이 점점 늦어졌으며, 급기야 지난 여름 가출을 하기도 했다. 

9년 전 이혼한 뒤부터 A양과 단둘이 살아온 모친은 딸과 연락이 되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태권도장 사범 B씨에게 전화해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B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문제가 생기면 따로 얘기하라”며 “이러면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에 A양 모친은 담임교사에게 상담을 부탁했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A양이 B씨와 몇차례 성관계를 했다는 것이었다.

충격에 휩싸인 그녀는 B씨를 찾아가 자신의 딸과 성관계를 한 것이 사실인지 따져 물었다. 그제서야 B씨는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행동을 실토했다.

그는 “A양도 저를 잊지 못하고 저도 A양을 잊지 못해서 미치겠다.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 어떤 누구보다도 A양을 포기할 수 없다”고 사정했다.

A양 모친은 경찰에 신고했고 B씨는 곧 입건됐지만, 그는 A양에게 계속 연락했다. 

A양 모친은 “그 사람이 당장 감옥에 가면 좋겠다는 마음”이라며 “내 딸은 겨우 14살밖에 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A양은 B씨와의 관계가 처음에는 강압적이었다고 털어놨다. A양은 “‘태권도 끝나고 맛있는 것 사주겠다’고 제안한 사범과 단둘이 남았는데 탈의실로 끌고 가서 강제로 추행했다”며 “그가 하의를 탈의할 때 어머니한테 전화가 와서 성관계는 안했다”고 전했다.

B씨는 성폭행이 미수에 그친 뒤 A양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A양은 거절했지만 그는 일방적 고백을 계속 이어갔다. 

처음에는 불편함을 느꼈다는 A양은 “점점 갈수록 편해졌다”며 “계속 생각나고 나중에는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심경의 변화를 밝혔다.

제작진의 취재 결과 B씨는 도장에 다니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A양에게 했던 것과 유사한 행동을 벌여왔다. 

그는 일부 학생들에게 “좋아한다”, “따로 만나자”고 제안했다. 학생들은 “둘이서만 있을 때 그런다”, “거절 못 할 것 같은 학생들만 골라서 그런 것 같다”고 취재진에 증언했다.

이에 취재진은 A양의 자택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태권도장으로 찾아가 B씨를 만났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이 B씨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세했다. B씨는 “그 사범이 극단적 선택을 몇 번 시도해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고 그 동안 (나에게) 잠깐 맡아달라고 해서 왔다”며 “그 사범은 이제 아예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요즘 고등학생 엄마, 아빠도 있지 않냐. 20살 넘게 차이 나는 사람도 결혼한다”며 “서로 정말 사랑했다고 하는데, 이해는 안 되지만 한편으로 (B씨가)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할 정도였으면 마음이 어떻겠나 싶기도 하다. 둘이 재판 끝나고 결혼한다는 얘기도 하는데 미쳤구나 싶다가도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고 연기하기도 했다.
SBS 취재진이 취재를 시도하자 다른 사람인 척 행세하는 B씨. SBS ‘궁금한 이야기 Y’ 갈무리
 
이에 취재진이 “왜 거짓말 하냐. B씨가 맞지 않냐”고 추궁하자, 부인하던 B씨는 결국 “차에 가서 얘기하자”며 도장을 나섰다.

B씨는 “어른으로서 그러면 안 되고 내가 다 책임지고 처벌받을 것”이라며 “A양만 피해 안 가도록 해달라. 상처 안 받게 해달라”고 부탁을 건냈다.

그러나 B씨는 본격적인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A양에게 “너만 알고 있어. 나 성범죄자가 된대. 너만 있으면 되니까 난 괜찮아. 나 잘못한 거 없고 내가 사랑한 건 그대로다. 법적 문제가 안 되는 나이가 만 16세래. 그때까지 너 무조건 기다릴 거야”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울러 “나 매장당할 것 같아. 이미 방송사에 다 퍼졌어”, “네 말 믿고 견딜게.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릴게”, “만난 적 절대 없다고 해”, “휴대전화 절대 뺏기지 말고 비번 자주 바꾸고 대화내용 지워” 등 A양에게 증거를 인멸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증언해달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A양에게 증거 인멸과 거짓 진술을 종용하는 B씨. SBS ‘궁금한 이야기 Y’ 갈무리
 
한편 A양은 여전히 B씨의 말을 믿고, 그를 사랑한다고 밝혔다. 

A양은 취재진에 “내가 나중에 어른 돼서 결혼해 (B씨가) 책임진다고 그랬다. 빨리 어른이 돼서 사범님이랑 만나고 싶다”며 “B씨가 처벌받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반응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B씨의 행동이 범죄에 해당된다고 규정했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의 패턴이다. 여러 타겟에 덫을 뿌렸다가 걸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더 그루밍 전략을 많이 쓰는 것”이라며 “돌봄을 제공하고 친밀감을 형성해서 그것을 대가로 성적인 요구에 순응하게 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착취하기 전 신뢰를 쌓는 행동을 보여 대상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자행하는 성범죄를 뜻한다.

김 교수는 “아이는 자신이 덫에 걸린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진단했다.

이선경 변호사 역시 “너무나 명백한 미성년자 의제 강간 사건”이라며 “자기 자신을 연애니 사랑이니 포장하겠지만, 모두 공허한 말이며 범죄일 뿐”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 변호사는 “의제 강간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범법자가 아이의 나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다. 그것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의제 강간의 고의는 인정된다”며 “B씨는 태권도 사범으로서 아이가 몇 살인지, 몇 학년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자의 고의는 명백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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