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로 세계 반도체 시총 340조 증발.."韓기업에 장기적 호재"
미국이 중국 반도체 생산 기업을 겨냥해 고강도 수출 통제 조치에 나서면서 미국과 동아시아의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폭락했다. 중국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반에 타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 메모리 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업종 주가를 나타내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0일(현지시간) 3.5% 떨어졌다. 이 지수는 지난 3거래일 동안 10% 가까이 하락해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이 반도체와 관련해 개별 기업이 아닌 특정 기술을 기준으로 중국을 겨냥한 포괄적인 고강도 조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소유한 외국 기업의 경우 개별 심사를 거쳐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4.1%, 램리서치 6.4%, KLA 4.7% 등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미 증시에서 하락을 주도한 가운데 대만 증시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8% 이상 급락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날 장 초반 3%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고, 세계 3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역시 5% 넘게 폭락했다. 한국과 일본, 대만 증시는 모두 전날 연휴로 이날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발표 이후 첫 개장이었다.
블룸버그는 자체 집계 결과 미국의 제재가 발표된 7일부터 이날까지 전세계 반도체 주식의 시가총액 2400억달러(약 344조2천억원)이 증발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제제가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매파적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대만해협 전반의 긴장 등과 맞물려 기술 주식에 점점 더 많은 도전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무라 홀딩스의 데이비드 웡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는 중국에는 큰 차질이며 동시에 세계 반도체 시장에는 악재"라며 "중국의 현지화 노력도 대만과 한국의 파운드리를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제재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업체들은 당연히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CMXT(창신메모리)와 YMTC(양쯔메모리)가 꼽힌다. CXMT는 중국 업체 중 자국 D램 시장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YMTC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의 6%를 차지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CXMT는 올해 2분기 이후 19나노 공정에서 17나노 공정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미 상무부가 D램 분야에서 18나노 이하 공정의 경우 중국 내 장비 반입을 제한한다고 밝히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YMTC는 200단 이상 3D 낸드플래시 개발을 계획 중이지만 이번 제재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3D 낸드플래시 128단 이상 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장비는 수입 전 사전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에 낸드플래시 생산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D램 공장, 후공정 공장, 낸드 공장 등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미국 기준을 초과한 제조 설비를 중국에 반입할 경우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트렌드포스는 "앞으로도 미국 정부는 중국 내 메모리 산업 발전에 더 엄격한 제한을 가할 것이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중국 내 생산 비중을 줄이고 자국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미국의 제재가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중국 내 낸드플래시 매출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호재라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채민숙·박상수 연구원은 "향후 중국의 대응이나 미국의 추가 제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중국의 반도체 개발과 시장 저변 확대를 지연시키는 것만으로 두 기업에는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확실한 호재가 되기 위해서는 반도체 또한 탈 중국 시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미 정부의 허가를 통해 중국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겠지만 제제 기조가 확실해진 만큼 중국에 추가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위험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계속 미중 갈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한국 내 반도체 생산 설비 확충이 필수적"이라며 "임시방편이 아닌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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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종관 기자 panic@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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