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일 72시간 근무' 사망 현대제철 자회사 노동자 '산재 승인'..노동시간 유연화 괜찮을까

유선희 기자 2022. 10. 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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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는 11일 현대제철 포항1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사과와 보상, 재발장지대책 촉구’하는 기자회견 열었다. 노조 제공

현대제철 포항2공장에서 주 6일·72시간 노동을 하다 숨진 크레인 운전사 A씨(56)에 대해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특정한 시기에 집중된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았다.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가 ‘주 52시간제 유연화’에 앞서 노동강도에 대한 안전망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11일 유족과 노동조합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 7일 A씨에 대한 과로사 산재를 승인했다. A씨는 지난 3월24일 회사 내 샤워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동료들이 발견해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A씨는 숨지기 직전 주 6일 내내 연장근무를 해 총 72시간 일했다. 하루에 가장 길게 일한 노동시간은 18시간에 달했다.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 '주6일 72시간 근무' 현대제철 사업장서 쓰러진 노동자···유족 "과로사 인정해야"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3271643001

A씨의 아들은 기자와 통화에서 “업무일지에 명백히 과로한 기록들이 있지만 과로사에 대한 산재 승인률이 높지 않아 한편으로 걱정했는데 인정돼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산재 승인은 결국 기업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는데, 정작 회사는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들었다. 아버지가 30년 가까이 일한 회사인데 최소한 사과도 안 하려고 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가 노동자들의 과로를 막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인력보충이 없는 상황에서 언제든 아버지와 같은 사례가 나올 수밖에 없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회사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포항지부는 11일 현대제철 포항1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일했던 중협압연 가열로에는 두 대의 크레인이 있었는데, 지난 20여년 동안 4명의 노동자가 4조 3교대로 두 대를 운전해왔다. 노동자들이 인력충원을 수 차례 요구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며 “이번 죽음은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려는 욕심으로 인한 기업살인이다”고 했다. 이어 “사측은 장시간 노동 해소에 대한 대책없이 적반하장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할 수 있는 부서(중기부)를 외주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며 “현대제철과 (자회사) 현대IMC는 공식 사과하고, 주 52시간 노동위반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와 2인1조 작업을 위한 인력충원을 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 4월14일 주 52시간 근무 위반에 대해 사측을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 고발했다. 포항지청은 지난 8월29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현대 IMC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이 나온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이어서 검토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주 52시간 유연화’ 방침을 세우고 노동시간을 손보고 있다. 노동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제도’를 내세웠는데, 집중 노동으로 노동강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유럽연합(EU)은 하루 24시간당 최저 11시간의 연속적 휴식시간제를 운영해 사실상 1일 노동시간 상한을 13시간으로 정해놓고 있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사무처장은 “노동시간 유연화로 소위 ‘몰아치기식 노동’을 하면 과로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당연하다. 하루 노동시간에 대한 상한을 두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하루 노동시간 상한제 등 기저제도를 제대로 만들지 않고 노동시간을 유연화할 경우, 기업은 법을 지키는데 정작 노동자들은 과로로 쓰러지는 엉망인 제도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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