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론자' 구로다 임기 막바지..차기 총재는 저금리 정책 바꿀까

김소연 2022. 10. 11. 16: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치솟는 물가]외환시장 개입에도 19일만에 다시 145엔대
금융정책 변경, 후임 총재로 과제 넘어갈 듯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AP 연합뉴스

대규모 금융완화를 앞세운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한 축을 담당했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 종료가 반년 앞으로 다가오며, 일본 정부가 10년 동안 지속한 저금리와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지 주목된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속수무책으로 엔화 가치(엔-달러 환율)가 하락하는 중에도 ‘금융완화 유지’ 방침을 여러 차례 강조해, 정책 변경은 후임 총재의 몫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선 낮 12시 기준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45.70~71엔을 기록하는 등 직전 거래일(7일)보다 0.79엔 올랐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22일 24년 만에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약발’이 오래가지 못하고 19일 만에 다시 145엔대에 이른 것이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엔화 약세 움직임에 대해선 시장 개입도 불사하겠다”며 정부 개입 의지를 다시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는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인터뷰에서 “스즈키 재무상의 발언은 지금까지 자세를 바꾼 것이 아니라고 받아들여져 영향은 한정돼 있다. 일-미의 금리 차이 확대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긴박해지면서 유사시 강하다고 알려진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일본 정부가 저금리 정책 자체는 바꾸지 않은 채,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경우 환율 개입에 나설 것으로 이미 예측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이 계속되고 있는 데는 대표적 ‘엔저론자’인 구로다 총재의 영향이 크다. 그는 지난달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금 인상을 수반하는 형태로 물가안정 목표(2%)를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융완화를 계속하는 것이 적절하다. 당분간 금리를 인상할 일은 없다”고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저를 막겠다는 정부와 엔저를 추동하는 일본은행의 저금리 정책이 엇박자가 아니냐는 질문에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금융정책과 환율정책은 목적이나 효과가 달라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는 재무성 출신으로 아베 신조 정권 시절인 2013년 3월 취임한 뒤 한 차례 연임을 거쳐 올해 10년째를 맞고 있는 일본은행 최장수 총재다. 임기는 내년 4월8일까지로 반년 남았다. 77살 고령인 탓에 교체가 확실시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후임 총재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재 후보로는 아마미야 마사요시 일본은행 부총재와 나카소 히로시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사장 2명이 주요하게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일본은행 출신으로 구로다 총재 밑에서 금융완화 정책을 주도했던 사람들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에선 중장기적으로 (금융완화에서 벗어날) 출구를 고민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급격한 정책 변경은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경기 회복이 아직 더딘 속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가뜩이나 허약해진 일본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나랏빚’이 1천조엔(약 1경원)을 넘는 것도 걸림돌이다.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정부 재정 악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정책 연착륙’을 위해 두 사람 중 한명이 총재가 될 경우 ‘구로다 연장선’, ‘아베노믹스 계승’ 등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후임 총재 인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권에 타격을 주고 있는 물가 상승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저금리를 멈춰야 하지만, 금리를 올릴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등 딜레마를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물가 상승 압박이 강해질 경우, 기시다 총리가 제3의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