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목적 해외 여행하겠다는 16년 입대 거부자.. 법원 "불허 처분 적법"

입대 16년째 미룬 30대 남성..국외여행 신청
"망명, 질병진단, 생모 확인해야"..병무청 불허
법원 "군 사기 저하 우려된다"

2013년 강원 철원군 중부전선 최전방 장병들이 철책경계근무를 서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16년간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의 해외여행 신청을 거부한 병무청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지난달 A(35)씨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외여행신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06년 징병 신체검사에서 현역병 입영 대상에 해당하는 신체등급 1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대학과 대학원 진학, 자격시험 응시 등을 이유로 2015년까지 입대를 미뤘다. A씨는 2015년 육군에 입대했지만 2일 만에 귀가 조치됐다. 같은 해 공군에도 들어갔지만 3일을 넘기지 못했다.

A씨는 2017년 신체검사에서 현역병 입영 대상인 3급 판정을 받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역병 입영대상자의 병역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하급심과 대법원 모두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오히려 A씨는 이후 입영통지서 수령을 거부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5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올해 3월 병무청에 국외여행허가를 신청했다. △망명신청 △해외에서 질병 진단 △해외에 거주하는 생모 확인이 해외여행 신청의 이유였다. 병무청은 "병역의무 부과에 지장이 있다"며 허락하지 않았고, A씨는 "이동과 출국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병무청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씨가 주장하는 망명신청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기 위해서"라며 "해외에서 질병을 진단받거나, 해외에 A씨의 생모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동의 자유 제한"이라는 A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헌법상 부과된 병역의무와 이행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공익은 형평"이라며 "병역의무가 면제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국외여행허가는 자칫 군의 사기를 저하시켜 병역자원의 적정한 관리·유지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병역의 형평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판결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