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셀트리온 부스에 몰린 인파..유럽서 위상 높아진 K바이오

오스트리아(빈)=최정석 기자 2022. 10. 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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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유럽장질환학회 세미나 북적
유리한 위치 부스 설치 효과
"유럽서 알아주는 회사 됐다고 느껴"
10일(현지 시각)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2022 유럽장질환학회(UEGW)'전시장에 설치된 셀트리온 부스가 관람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오스트리아(빈)=최정석 기자

“IBD(염증성장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셀트리온은 매우 경쟁력이 있습니다. 주의깊게 지켜보는 회사들 중 하나입니다.”

10일(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2022년 유럽장질환학회(UEGW)’에서 만난 조앤 플러린 애브비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는 셀트리온의 역량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애브비는 염증성장질환약의 대표 주자인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를 개발한 미국의 대형 제약사다. 애브비는 지난해에만 휴미라 판매로 207억달러(약 29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UEGW는 5만명 넘는 소화기 분야 의료 전문가를 회원으로 둔 유럽 최대 규모 학회다. 코로나19 유행 탓에 2019년을 마지막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하다가 이번에 3년 만에 대면 행사를 열었다. 올해 행사에는 100여개 기업과 1만명 넘는 의료인과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10일(현지 시각)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장질환학회(UEGW)'에 설치된 셀트리온 측 부스. 행사장 정문 바로 앞에 부스를 차려 관람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오스트리아(빈)=최정석 기자

◇ 유럽 진출 9년 만에 ‘메인 부스’ 차지

올해 행사에는 80개 기업이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화이자와 얀센, 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의 부스 사이로 셀트리온 부스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관람객들을 끌어 모았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가운데 셀트리온이 유일하게 부스를 설치했다.

셀트리온은 행사 기간 중 세미나를 잇따라 열어 염증성장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SC와 유플라이마의 임상 성과를 소개했다.

플러린 디렉터는 두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셀트리온의 기술력을 드러내는 대표적 제품이라고 평가한다”며 “애브비가 경쟁사의 등급을 나누지는 않지만, 셀트리온이 분명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두 바이오시밀러 모두 애브비의 휴미라와 경쟁 제품이란 점에서 이런 평가는 다소 각별하게 들렸다.

올해 셀트리온 부스는 행사장 정문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자리 잡았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3년 램시마를 출시하며 유럽 진출에 나선 지 9년 만에 처음 메인 부스를 잡았다. 뒤쪽에 설치된 애브비 부스보다 훨씬 눈에 잘 띄는 위치다.

국산 바이오시밀러 임상 결과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커지면서 ‘명당’을 차지한 효과도 톡톡히 봤다. 이날 셀트리온 부스에서 열린 램시마SC 임상 데이터 공유 세미나에는 120명 넘는 해외 관계자들이 몰렸다. 부스와 부스 사이 좁은 통행로까지 청중이 꽉 들어찬 탓에 한동안 주변을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부터 열린 램시마SC 관련 심포지움에도 200여 명의 관계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10일(현지 시각)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 중인 2022 유럽장질환학회(United European Gastroenterology Week·UEGW)에 설치된 애브비 측 부스. 경쟁사인 셀트리온 측 부스와 매우 가깝게 붙어있다. /오스트리아(빈)=최정석 기자

◇ 美·日 경쟁사는 셀트리온 견제 분위기 역력

경쟁사인 얀센과 다케다제약도 이번 행사에서 셀트리온 부스 대각선 쪽에 부스를 설치했다. 얀센은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 다케다제약은 킨텔레스(성분명 베돌리주맙)를 염증성장질환 치료제를 밀고 있다.

얀센과 다케다제약은 애브비와는 달리 셀트리온에 대한 평가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얀센 부스에 있던 한 직원은 셀트리온을 경쟁사로서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회사 제품에 대한 질문만 받겠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다케다제약 관계자도 “I don’t have any opinion(별다른 의견이 없다)”이라고만 말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얀센과 다케다제약 모두 시장에서 매우 압박을 받고 있어 경쟁사와 관련한 질문에 답해줄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얀센의 스텔라라는 미국에서 2023년 9월, 유럽에서 2024년 7월에 물질특허가 모두 만료된다. 셀트리온과 미국 암젠을 비롯한 여러 제약사들이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상업화를 준비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킨텔레스는 염증성장질환 치료제인 TNF-α 억제제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최근 그 약효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킨텔레스가 TNF-α 억제제보다 안전성이 떨어지고, 크론병 환자에 쓸 경우 치료 실패 위험이 높다는 미국과 덴마크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나왔다.

프랑스 그르노블대병원 소화기 내과의사인 니콜라스 매튜 교수가 9일(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 중인 2022 유럽장질환학회(UEGW)에서 임상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오스트리아(빈)=최정석 기자

◇ 유럽서 효능 인정받아 주목받는 K-바이오

셀트리온 직원들도 3년만에 달라진 분위기를 물씬 느끼고 있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셀트리온 직원은 “셀트리온에서 7년간 일하며 매년 UEGW에 참석했는데, 초기엔 의사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제품을 소개했다면, 지금은 의사들이 먼저 셀트리온을 찾아주고 있다”며 “갓 입사했을 때와 지금 현장 분위기를 비교하면, 이제는 정말 유럽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른 국내 제약사들도 최근 유럽 시장에서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은 이번 행사에서 휴미라를 처방받던 환자에게 바이오시밀러를 대신 처방해도 치료 효과가 계속 나타난다는 연구 사례를 공개했다. 이 연구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랄디’도 사용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8년 10월부터 임랄디를 유럽에 판매하고 있다.

에이치엘비(HLB)는 앞서 지난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항암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을 병용 투여한 결과 환자 전체 생존기간의 중앙값이 22개월을 넘었다는 데이터를 발표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제넥신과 종근당도 ESMO에서 자사 항암제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현지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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