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중단 계좌 푸는 데 150만원? 신종 '통장협박' 주의보 [사모당]
억울한 '지급정지' 푸는데 소송 등 최소 3~4개월 걸려
법조계 "범죄 연루 계좌인지 확인 절차 빨라져야"
#사기, 모르면 당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모(53)씨는 지난 10일 오전, 은행을 찾았다. 거래처에 송금하고, 현금도 일부 찾으려고 했다. 은행 직원이 말했다. “계좌에 지급정지가 걸려 있습니다.” 즉, 해당 통장의 금융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이유를 묻자 “이상거래 등을 이유로 지급정지 계좌로 묶였다”는 설명이 전부였다.
은행 측은 “이의 신청을 하면 일정 기간 동결한 채로 심의를 거쳐 문제가 없으면 지급정지가 풀린다”고 했다. 하지만 며칠이 걸릴지, 몇주가 걸릴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이씨는 “지인들로부터 대략 3개월 정도 걸린다는 말을 들었다”며 “영문도 모른 채 계좌가 묶이니 정말 답답하다”고 했다.
1️⃣ “통장 풀어줄테니 150만원 보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른바 ‘통장 협박’ 수법은 이모씨의 경우와 비슷하다. .
A씨는 지난 4일 자신의 계좌가 지급정지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거래내역을 보니 전날(3일) 오후 3시쯤 15만원이 입금돼 있었다. 입금자 이름은 ‘HE942′. 전혀 모르는 입금자와 돈이었다. 은행에 문의했더니 “보이스피싱 피해자 돈이 당신 계좌로 입금돼 즉시 지급 정지 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이었다.
억울한 A씨는 “당장 15만원을 돌려줄테니 돈 보낸 사람 연락처나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은행 측은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에 신고하자, 금융기관에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A씨는 ‘입금자명’으로 메신저 아이디를 찾아 메시지를 보냈다. HE429로부터 돌아온 답은 “150만원을 주면 지급정지를 풀어준다”는 내용이었다. 통장 지급정지를 미끼로 돈을 뜯어내려는 사기였다.
2️⃣ 사기꾼과 합의해야 ‘거래 정지’가 풀린다고?
법조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급정지 계좌를 풀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신고한 피해자와 합의를 보는 방법이다. 문제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금융기관은 피해 신고자를 알려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A씨처럼 우연히 찾아내더라도 공갈에 따른 추가 피해를 입을수도 있다.
둘째 법에 따라 금융기관에 ‘지급정지’에 대한 불복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고, 범죄와 관련성이 없다는 근거 자료를 수집, 제공해야 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민사소송. 근거 자료가 부족해 금융기관에 이의제기를 할 상황이 아닐 경우, 소송을 해야 한다. 다만 민사소송 대상자를 특정해야 하는데 지급정지를 신청한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사실조회신청 등 별도의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3️⃣ 보이스피싱 막는 법이 ‘사기 공갈’에 쓰인다
‘통장 거래 정지’는 왜 당할까.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근거다. ‘보이스피싱범에게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금융당국은 범죄자가 출금할 수 없도록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한다. 지급정지가 되면 모든 금융기관의 모바일·인터넷뱅킹, 신용카드가 정지된다.
사기꾼들이 이 법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로펌 한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또 다른 공갈 범죄에 이용되고 있는 셈”이라며 “지급정지의 정당성을 정확히 확인하는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보이스피싱 피해는 전체 24만8000여건에, 피해 금액은 1조762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피해자들이 금융기관을 통해 돌려받은 돈은 5268억원으로, 전체 피해 금액의 29.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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