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는 '복지부' 가정폭력은 '여가부'.."혼선·비효율 초래"
효율성 높아져도 '여성 정책' 위축 불가피..반대 팽팽
(서울=뉴스1) 전준우 윤다정 기자 = 여성가족부 폐지 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업무가 이관되면 오히려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은 사실일까.
11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부처 폐지 확정 후 "여가부 기존의 기능은 오히려 강화되는 것"이라고 반대 여론 설득에 나섰다.
여가부 올해 예산은 1조4650억원으로 사실상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미니 부처'였다. 그동안 여가부 업무는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등과 중복·분절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영유아·아동과 노인 지원 정책은 보건복지부 소관, 청소년·성인남녀·가족 지원 정책은 여가부 소관이다.
저출산·고령화와 임신·출산, 입양, 보육은 복지부가 맡고 영유아·아동 대상에 속하는 아이돌봄, 양육비 이행, 미혼모·부 정책만 떼서 여가부가 주도해왔다.
입양 아동의 대다수는 미혼모 아동인데 입양 정책과 미혼모·부 정책 담당 부서가 나뉘어있다보니 지원 체계 연계를 강화하기가 어려웠다.
또 청소년 업무 중 가정 밖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은 여가부가, 소년소녀가정·가족돌봄 청소년·아동학대는 복지부 소관으로 분절돼 통합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움이 많았다.
그동안 폭력 피해자에 대해서도 분절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82%는 부모인데 아동학대 피해 지원은 복지부가, 가정폭력 피해 지원은 여가부가 맡았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여가부를 복지부 산하 본부로 재편하면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 지원 등 여성 고용지원 사업은 고용노동부의 취업 지원 제도, 고용 인프라와 체계적으로 연계해 효과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6일 "청소년 가족 업무는 여가부가, 인구 아동 노인 업무는 복지부가 분절적으로 수행하고 있고 아이돌봄, 청소년 보호 사업 등 부처 간 중복으로 인해 지역사회와 정책 현장에서는 혼선과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는 유아-아동-청소년-노인 등 전 생애주기에 걸친 사회정책 체계를 마련하고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는 현 상황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성평등 정책도 본부 내에 양성평등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국무총리 소속의 양성평등위원회를 활성화·내실화해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장관은 전날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여성단체들과 만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설치되면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강력한 양성평등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독립된 부처에서 복지부 산하 본부로 재편되는 것을 '기능 강화'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은 장관과 차관의 중간격으로 국무회의 배석권도 부여한다고 하지만, 독립된 정부 입법 발의권은 가질 수 없다. 정부 입법 발의를 위해서는 본부를 거쳐 보건복지부가 나서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신당동 살인사건, 서산 가정폭력 살인 등 단순히 개인 문제가 아닌 여전히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차관급 부서로 격하할 경우 부처 간 교섭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며 오히려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해야 한다고 반대를 공식화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저출생 위기 돌파를 위해서는 '경력 단절'과 '독박 육아'를 해결해야 한다"며 "일자리와 돌봄 영역의 성평등 시스템을 고용부와 복지부로 찢어두는 것은 인구 위기를 가속화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권수현 젠더정채연구소 여·세·연 대표도 "정부 조직개편에서 보훈처를 '부'로 격상시키면서 권한을 더 많이 주고 조직 체계상 위치를 더 높이지 않았냐"며 "여가부가 본부로 위상이 낮아졌는데 그것을 기능 강화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정책 추진 업무를 담당하는 한 자치구 공무원은 "여가부 기능이 복지부 산하 본부와 고용부로 이관되면 사업 효율성은 높아질 수는 있다"면서도 "여가부 폐지의 상징성이 워낙 커 국민들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인식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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