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VIP 우뚝 선 OTT.. 스타 감독·배우 대거 합류

이소연 기자 2022. 10. 11. 15: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영작 3편에서 9편으로 대폭 증가
OTT 업계 "스타 감독·배우 확보 용이질 것"
영화제 통한 바이럴 마케팅 효과도 기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의 이준익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신하균, 한지민, 이정은, 정진영이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토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영화제에서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침체했던 OTT 산업이 활기를 되찾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OTT 콘텐츠에 그간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던 기성 영화제에 국내외 OTT 콘텐츠가 대거 상영되면서 콘텐츠의 작품성을 대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활로가 열렸기 때문이다. ‘스타’ 감독과 배우 확보가 쉬워지는 것은 물론 바이럴 마케팅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11일 OTT 업계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에선 국내 OTT 작품이 대거 상영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5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열흘간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선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등 OTT 시리즈가 9편 상영됐다. 넷플릭스의 ‘썸바디’, ‘글리치’, 티빙의 ‘욘더’, ‘몸값’, 웨이브의 ‘약한영웅 클래스 1(Class 1)’, 왓챠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디즈니플러스의 ‘커넥트’, ‘피의 저주’, 아직 플랫폼은 확정되지 않은 ‘킹덤: 엑소더스’가 영화제를 통해 관객을 만나게 된 것이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지옥’과 ‘마이네임’, HBO의 ‘포비든’ 총 3편이 상영되는 데 그쳤던 OTT 시리즈물이 1년 만에 3배 늘어났다. 감독, 배우가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영화제 주요 행사 ‘오픈토크’를 진행한 작품 11건 중 5건이 OTT 작품이라는 점도 영화제에서 OTT 시리즈 위상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국내 영화인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화제가 OTT 시리즈물을 전면으로 수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OTT 콘텐츠가 영화제에서 주류로 자리 잡는다면 영화제의 전통성이 훼손되고, 작품성이 아닌 상업성 있는 작품이 영화 산업에 더 많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계는 다양성 확보와 대중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OTT 시리즈를 상영하는 ‘온스크린’ 부문이 신설했다. 여기 힘입어 올해 영화제에서 OTT 작품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서 OTT의 활약이 눈에 띄는 이유는 기성 영화계에서 거장으로 평가받는 스타 감독이 대거 직접 영화제를 방문해 영화를 처음으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영화 ‘왕의 남자’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티빙을 통해 상영될 OTT 시리즈 데뷔작 ‘욘더’를 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다. 일본 호러 장르물의 대가로 알려진 ‘착신아리’ 연출자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디즈니플러스를 통한 첫 국내 OTT 시리즈 데뷔작 ‘커넥트’ 역시 영화제에 초청돼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이케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우리 작품을 초대하고, OTT를 상영한다는 사실에 놀랐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 ‘은교’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썸바디’도 영화제에서 공개됐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정해인, 김혜준, 고경표가 7일 부산 해운대구 그랜드 조선 부산에서 열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커넥트’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OTT가 영화제에서의 성과에 고무된 이유는 이를 계기로 업계 유명 감독과 배우를 플랫폼이 확보하는 것이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성에 크게 기대는 콘텐츠 업계 특성상 여러 투자와 흥행에는 특정 감독이나 배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OTT 시리즈를 통해서도 ‘레거시’로 여겨지는 주요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 등 다양한 활로가 열리면서, OTT 시리즈에 관여하지 않던 주요 영화인이 이에 도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OTT 시리즈의 경우 기존 영화보다 심의등급 등에서 벗어나 창작의 자유가 보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영화감독과 배우가 플랫폼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더 나아가 영화제는 입소문으로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창구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됐던 넷플릭스의 ‘지옥’과 ‘마이네임’ 역시 영화제에서 일차적으로 작품성 등을 인정받으면서 홍보 효과가 나타났고, 작품은 각각 넷플릭스 세계 순위 1위와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구독자 수가 정체된 가운데 적자의 늪에 빠졌던 OTT 업계는 스타를 확보해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고 새 콘텐츠에 목말랐던 이용자를 모을 수 있는 기회를 마주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OTT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3대 OTT 업체의 영업손실은 1500억원이 넘으며, 국내 OTT 업체 중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흑자를 낸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OTT 업계 출혈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이용자는 ‘볼 영상이 없다’라며 구독과 해지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특정 콘텐츠에 따라 OTT 구독을 바꾸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OTT 업계에 터닝포인트가 더 절실한 배경이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해외에선 2018년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에서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로마’가 황금사자상을 받는 등 전통적인 영화제가 OTT를 수용하면서 OTT에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지녔던 스타 감독과 배우까지도 대거 유입돼 산업이 더 빠르게 성장했다”라며 “국내에서도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OTT 업계에 예술성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더 등장하며 업계가 활성화될 전망이다”라고 했다. 성 교수는 “국내의 경우 여전히 상업영화는 극장용으로 만들어지며 제작자나 배급 업체 등이 OTT에 회의적인 시각을 지녔었으나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