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위한 학교는 죽었다" 분향소까지..'충남대·한밭대 통합' 학생 반대 암초

강정의 기자 2022. 10. 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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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학생이 11일 대학본부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전시내 2개 국립대의 통합이 암초를 만났다. 총학생회 등 대학내 일부 구성원들이 통합 논의를 시작하는 것 자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충남대 총학생회는 최근 대학 박사·석사·학부과정 재적생 8129명을 대상으로 ‘충남대-한밭대 통합 논의’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831명(96.3%)이 ‘충남대와 한밭대의 통합 논의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11일 밝혔다. 이 설문 조사에서 찬성은 159명(2.0%), ‘의견없음’은 139명(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학생회는 이날 대학본부 앞에 통합 논의 시작을 반대하는 ‘분향소’를 설치한 동시에 총학생회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분향소’도 운영하고 있다.

충남대 정문 모습. | 충남대 제공

최종규 충남대 충학생회장은 “소중한 충남대의 민주주의가 사라졌다고 판단해 시위의 강도를 더하고 사라진 민주주의를 추모하고자 한다”며 “분향소에 방문하는 학우들로부터 서명을 받아 대학본부 앞 게양대에 걸어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총학생회는 지난 6~7일 이틀간 교내 민주광장 앞에서 통합 논의의 시작을 반대하는 발언문을 낭독하고 나서 서명 운동을 받기도 했다.

최 회장은 “학생들은 단순히 통합이 싫은 게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졸업한 학교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는 것과 인프라 축소로 인해 권리를 침해받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내 구성원 중 가장 인원이 많은 우리는 한밭대와의 통합 논의 시작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충남대 총학생회가 지난 7일 대학에서 한밭대와의 통합 논의 시작에 대해 반대하는 발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충남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갈무리

학생 등 일부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이 적잖은 상황 속에서 통합 논의에 대한 시작 여부는 오는 13일 대학 학무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대 관계자는 “통합 논의에 반대하는 학생은 재적생 2만2000여명 중 8129명으로, 전체 학생의 37% 수준”이라며 “학생을 제외한 대학 직원과 동문 등의 구성원과 직능단체 대부분에서는 통합 논의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무회의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결론을 내고, 이후 대학평의원회의 측에서 최종 심의 결과가 나올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밭대 입구 전경 모습. | 한밭대 제공

한밭대에서도 통합 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설명회·공청회·설문조사 등이 수 차례 진행됐던 충남대와 달리 통합 논의와 관련된 절차가 없었던 한밭대에서는 최근 대학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위한 절차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명기 한밭대 총동문회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학 측이 통합과 관련해 아무런 합의사항을 밝히지 않고 재학생, 동문, 교직원의 공식 입장이 없이 이뤄지는 작금의 사태에 우려를 표한다”며 “준비가 되지 않은 통합에 대한 논의는 학교 이미지를 퇴색시킬 것이며,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내세운 불투명한 통합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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