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정책 과감하게 바꿔야"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 출범해 16년동안 300조 쏟았지만 성과없어"
"아동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보육대상 아닌 권리주체로서 인식해야"
"제주도 아동친화도시 인증준비중…여성친화도시 고령친화도시 포함 특수시책 앞서야"
"야근없는 직장문화, 주 5일 근무 중 1일 재택근무, 주7시간근무 5시 퇴근 등 제도개선"
"선진사례 보며 과감한 정책 도입시도…마을중심 돌봄문화 활성화 필요"
■ 방송일시 : 2022년 10월 7일(금)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 오윤정 전문연구위원
◇박혜진> 오늘은 제주지역의 사회적 돌봄공동체와 아동의 돌봄, 여성의 일, 생활 균형에 대한 연구 활동에 관심 갖고 정책을 제안하는 데 힘쓰는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의 오윤정 전문 연구위원 스튜디오에 모셔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연구위원님 안녕하세요.
◆오윤정> 안녕하세요.
◇박혜진> 제주의 저출생 문제가 참 심각한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고 계세요.
◆오윤정> 저도 한국의 저출산 현상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출산에 대해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합계출산율인데요. 전국적인 상황은 이미 2018년 이후부터 합계출산율이 1선이 무너졌어요. 1이라고 하는 게 가임기 여성이 평생동안 한 명을 낳는다는 수치인데 인구학자들이 말할 때 1은 무너질 수 없다. 이거는 나라가 멸망하는 수치다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심각한 수치로 보고 있거든요.
전국은 이미 2018년부터 계속 하락추세고 제주는 지난해 처음으로 0.95를 기록하면서 1선이 무너졌습니다. 제주가 그나마 세종과 함께 합계출산율이 상대적으로 17개 시도 중에 높은 편이었거든요. 1, 2위를 다퉜는데 작년 기준으로 제주가 6위로 떨어졌어요. 그래서 지금 제주도에서도 정책적으로 저출산에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합계출산율이라는 지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여성한테 출산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지표라고 오해될 수 있거든요. 저출산을 사회적인 책임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현재 기준으로는 세종, 전남 2곳의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면 모두 1선이 무너진 비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박혜진> 제주는 2021년 지난해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정말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출생 문제가 이렇게 가속화되고 있는 이유를 연구위원님은 어떻게 분석하고 계세요.
◆오윤정> 일단 저출생 문제의 가속화는 사회의 변화와 연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정책 방향에 대한 점검이 수시로 모니터링되고 이것이 맞지 않다면 수정되고 이런 부분이 있어야 되는데 그 부분이 저는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이라고 2006년부터 수립된 범정부 부처의 계획이 있습니다.
그것이 원래는 4차가 추진되고 있는 시점이거든요. 4차는 그나마 변경을 했다고 해서 시행되고 있지만 저희가 그동안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한 지 16년 정도 됐는데 16년 동안 약 300조 원을 쏟아부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도 합계 출산율이 반등하지 못하고 계속 하락하는 것은 사회적인 현상을 분석하지 못한 것 아니냐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족 계획을 과거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세웠던 나라 중에 하나거든요. 60~70년대에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5.0 수준이었습니다. 지금 1선이 무너졌는데 굉장히 차이가 나죠. 전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합계 출산율이 높은 대표적인 나라였는데 저도 우리나라 가족계획 표어가 생각이 나는 게 있습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이런 표어들이 앞으로 30년 후 이런 저출산 사회가 될 걸 알았다면 이렇게 가족 계획을 하는 게 맞았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요.
어쨌든 과거에는 농업 중심 사회에서 아이가 많은 게 최고 자산이었다면 90년대 들어서면서 급격히 사회가 발전되고 여성의 사회 참여라든가 사회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저출산에 대한 투자는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고 계속 과거에 머무는 수준으로 추진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혜진> 저출생 문제와 인구 고령화가 함께 맞물리면서 아주 큰 사회 문제로 인식이 되고 있잖아요. 다양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인데 그중에 아동복지 서비스 부분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먼저 우리나라 아동복지정책의 흐름도 한번 짚어주시죠.
◆오윤정> 제가 간단히만 살펴봤는데 우리나라가 일단 아동복지 정책이 아동을 권리 주체로 인정한 지가 몇 년 안 됐어요. 그동안은 보육의 대상자로 인식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아동정책을 여성에 대한 지원정책으로 접근을 많이 한 거죠. 보육지원 이런 식으로요. 아이가 결정할 수 있고 아이가 하는 말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 너무 부족했던 나라였습니다.
최근에 아동정책 기본계획이라고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정부에서 계획을 세웠는데요. 여기서 강조하는 관점은 기존의 대상자로서의 관점이 아니라 4가지를 강조하고 있거든요. 첫 번째, '생활 속 여러분의 권리를 소중히 지켜줄게요'. 권리 주체 아동 권리를 실현하겠다. 두 번째,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울게요'. 건강하고 균형 있는 발달 지원을 하겠다라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꿈꾸고 이루어갈 수 있게 국가가 함께 할게요'. 공정한 출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거죠.
네 번째, '위급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여러분 곁에 더 가까이에 있을게요'. 코로나19 대응 아동 정책 혁신 이런 방향을 가지고 정부에서 아동을 권리주체로 인정하고 또 함께 가고 있는 정책 중 하나가 '아동친화도시' CFC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서울시 성동구청에서 2013년부터 구청장이 지역의 문제를 보다 보니 아동이 많다. 우리가 지역 특색 사업을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UN아동권리협약에 근거한 아동친화도시를 추진하기 시작했어요. 그 후로 붐이 일어서 현재는 한 50개 정도 지자체가 아동친화도시를 운영하고 있고 50곳 정도가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제주도도 지금 준비 중이고 아마 내년은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단계로 알고 있습니다.
◇박혜진> 아동친화도시가 구체적으로 어떤 장점이 있는지도 소개해주시죠.
◆오윤정> 아동친화도시는 2021년부터 2025년 5개년 계획으로 제주도가 계획을 세웠는데요. 정부의 방향과 같아요. 앞에서 말한 4가지 정책 특성을 같이 가지고 있는데 아동의 권리를 이제 4대 기본 권리로 보고 있거든요. 생존, 보호, 발달, 참여 제주지역 아동의 실태를 반영하고 아동 친화적 기반 조성을 통해서 아이 행복한 제주를 구현하겠다는 이런 입장이고 특히 저는 꼭 이렇게 가야 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제주도가 이미 여성친화도시, 고령친화도시는 하고 있거든요. 그거와 발맞춰서 트리플 삼관왕으로 아동친화도시까지 가면 복지 예산은 적은 지역이지만 상대적으로 타 지역에 비해서 이런 특수 시책들을 통해서 뭔가 대상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그런 반증이기 때문에 저는 아동친화도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국가가 지향하고 있는 아동복지 정책에 대해서 언급해 주셨는데 여기 흐름에 맞춰서 제주도정의 아동복지 서비스도 잘 가고 있는 건가요?
◆오윤정> 저는 정책은 예산으로 말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회복지 예산안에 살펴보면 기능별 꼭지가 취약계층 지원, 노인, 청소년, 여성, 보육 이런 꼭지들이 있는데 기존에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여성 보육 이걸 강조하는 기조를 띠고 있었어요. 타지역은 상대적으로 노인을 강조하는 기조가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그렇게 가면서 여성 보육 안에서 아동의 예산이 어느 정도 포함돼 있으니까 그나마 추진을 했다면 최근에는 저희가 고령화가 너무 심각해지다 보니까 몇 년 사이에 보육 예산보다 고령 노인에 대한 예산이 더 많아졌거든요.
그 부분이 여성 보육 아동 입장에서는 좀 아쉬울 수 있지만 전국적인 추세가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으로 가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지금 오영훈 도정에서 특별하게 추진하고 있는 아동 정책은 제주형 신복지라고 인수위원회에서 나온 가장 대표적인 제주 사회복지 공약입니다.
제주도가 그동안 타지역도 마찬가지고 사회보장틀이 공공부조, 사회보험, 사회서비스 세 가지인데요.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는 국가의 영역이고, 사회서비스는 그동안 민간이 거의 90% 이상 담당했거든요. 그런데 제주도는 신복지라는 용어를 붙여서 사회서비스도 공공 역할을 강화하겠다 이겁니다. 사회서비스 분야에는 모든 대상이 다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아동 분야도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고 또 긴급 돌봄이라든가 수눌음 공동체라든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더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혜진> 아동복지 예산의 비중은 다른 예산에 비해 그다지 높지는 않은 상황인가요.
◆오윤정> 매해 저는 정책 연구를 하기 때문에 도정의 예산을 관심 있게 보고 있는데 2022년 예산 고시문을 살펴보면 도 전체 예산이 2022년 6조 4천억 수준인데요. 이 중 사회복지 예산은 약 1조 4천300억 수준입니다. 22.36% 정도죠. 그 안에서 기능별 예산 중에 보육 가족 여성 이 안의 아동복지가 들어가 있는 영역이거든요. 이 부분이 도 전체 예산의 6% 수준이에요. 한 3840억 수준. 아동복지 예산은 보육 가족 여성 전체 예산이 3840억이기 때문에 그 일부라고 볼 수 있는 거고요.
그리고 자체 예산 사업은 규모가 큰 사업은 많지 않고요. 보통 국비랑 매칭해서 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 아동복지 예산은 제가 보기에는 3840억의 보육 가족 여성 예산안에 일부 포함돼 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박혜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예산의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다라는 게 현실인데 이 부분에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근 저녁 8시까지 제주 지역 초등 방과 후 돌봄에 대해서 제주 지역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 제기가 됐었잖아요. 제주의 방과 후 돌봄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느냐 이 부분에 대해 연구위원님 어떻게 보고 계세요.
◆오윤정> 저도 제주만 유일하게 오후 5시 이후에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지 않는 지자체라는 것을 최근 기사를 접하면서 다시 한 번 각성해야 한다고 해야 하나요. 그렇게 느꼈는데요. 제주 지역 모든 초등학교에서는 직장인 학부모들이 퇴근하기 전에 초등돌봄교실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잖아요. 5시까지만 운영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사비를 들여서 학원을 보내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를 해야되는 두 가지 선택지만 남게 됩니다. 결국 사교육비 부담이나 혹은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국회의원실에서 받은 자료를 보니 경기 지역이 1327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경남이 687개 운영하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현실이다라고 평가하고 있고요. 맞벌이 학부모가 자녀가 학교에서 안전하게 돌봄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안정감을 주고 일 가정 양립을 위해서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이 기사가 나간 후 도교육청에서 내년에는 20개 학교 정도를 시범사업으로 하고 2024년도에는 전면 저녁 8시까지 돌봄을 운영하겠다고 교육감님이 말씀하셨거든요. 저는 이후 안정적으로 8시까지 돌봄 체계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 간의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연장하면 돌봄 노동자를 얼마나 확충할 것인가. 확충 계획과 노동시간 확대에 대한 예산 배정, 적절한 처우 보장 이런 것들이 고려될 필요가 있고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안전한 시스템을 갖춰야 된다 생각을 하고요.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는 아이와 부모 간 유대 강화라든지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야근 없는 직장문화 만들기 그리고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시대에는 비대면 근무도 확대되고 있지 않습니까. 주 5일 근무 중 4일은 출근하고 1일은 재택 시스템을 추진하거나 일반 직장문화 자체를 주 8시간이 아닌 7시간 근무제 오후 5시 퇴근하도록 하는 거죠. 일 시간을 줄이는 제도개선이 추진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연장 돌봄 없이도 현행처럼 5시까지만 학교에서 돌봄을 하면 이후는 부모와 아이가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제주도에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오윤정>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환경도 그렇고 유전자라고 해야 하나 굉장히 빨리 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아동중심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권리 주체인 아동이 이야기하는 것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정말 아이들이 의사결정 권한에 있는 집행부나 의회라든가 의회에서도 지금 어린이 의회를 운영하고 있고요. 제주도에서도 아동참여위원회를 최근에 아동친화도시 때문에 만들었거든요. 그런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서 아동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했으면 좋겠다라는 게 첫 번째 의견입니다.
그리고 저출생 문제 해결은 어느 한 주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진적인 사례가 프랑스나 국내에서는 경북 사례가 선진적으로 얘기가 되고 있거든요. 프랑스는 유럽 국가에서도 가장 먼저 현금급여를 시행한 나라에요. 우리나라는 아동수당이 2018년부터 시작됐는데 최근에야 확장 추세로 현금급여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고요. 프랑스도 지금은 높은 출산율의 국가인데 2014년에 점차 하향화를 보였어요. 2017년에는 1.29까지 떨어졌거든요. 근데 다시 2년 만에 1.87로 안정화가 됐어요. 굉장히 고무적인 게 뭐냐면 우리나라는 매해 한 3040조를 쏟아부어도 계속 떨어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선진 사례를 보면서 점검할 필요가 있고 과감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제주도 차원에서도 국비로 하는 사업은 저희가 마음대로 변경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자체 사업 같은 경우 우리마을돌봄시스템 구축이라든가 이런 걸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제가 알고 있거든요. 마을 중심으로 그런 것들을 활성화시켜서 돌봄에 대한 걱정 없이 출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이 시간 우리 방송 듣고 있는 도민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전해주시죠
◆오윤정> 아이가 웃는 도시가 활력 있고 생기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턴가 집 근처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고 운동하는 어른들 반려견과 산책하는 주민들만 보입니다. 제주 지역도 점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작게 들리는 것 같아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위한 모든 영역에서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고 주변에 누가 살고 우리 아이들이 있는지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제주도와 행정시 관계기관들이 저출산 아동복지 관련 서비스를 책임성있게 잘 진행하고 있는지도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희망입니다.
◇박혜진> 오늘 유익한 말씀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윤정>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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