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정공시 시점 '정상 주가'로 단정 안 돼"..대한전선 손해배상액 커질 듯

대법원. /뉴스1

기업이 허위 공시 부분을 정정해 공시한 직후 주가를 손해배상 산정 기준이 되는 ‘정상주가’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분식회계 기업의 정상 주가는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고 거래가 정상화한 뒤의 가격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투자자들이 대한전선과 전직 임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일부 패소 취지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대한전선은 2012년 3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대손충당금(대출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 놓는 적립금) 일부 또는 전부를 설정하지 않고 재고자산평가 손실을 인식하지 않은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등을 공시했다. 이후 2013년 11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진 재무 상황을 정상적으로 공시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2014년 12월 대한전선의 분식회계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한전선 주식은 같은 달 4일부터 이듬해 12월 8일까지 1년여 동안 거래가 정지됐고, 투자자 120여명은 허위 공시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한전선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번 재판은 어느 시점의 주가를 정상 가격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주가가 정상화한 이후의 주가 변동은 허위 공시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금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의 주가는 2012년∼2014년 2000원 전후를 유지하다 금융위의 분식회계 발표를 앞두고 떨어져 1200원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주식 거래 재개 이후엔 400원대로 급락했다.

1심은 대한전선 주식 매매 거래 정지가 해제된 2015년 12월10일 주식 종가 479원을 정상 주가라고 판단하고, 이 기준으로 대한전선 등은 5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대한전선이 정상 공시를 하던 2013년 11월 20일 종가 2485원을 정상 주가로 인정해 배상 금액을 18억원으로 줄였다.

그러나 대법은 “피고 회사의 분식회계 사실이 공표되지 않은 상황에선 시장의 평가가 주가에 온전히 반영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거래 정지가 풀린 2015년 12월의 주가를 정상가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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