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몸짓으로 풀어낸 호동 설화..국립무용단 무용극 '호동'

임지우 2022. 10. 1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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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네 명의 무용수가 한 몸이 된 듯 같은 방향으로 팔을 뻗고 달려든다.

무용극 '호동'은 두 인물 간의 사랑보다는 전쟁이라는 운명과 사회에 대립하는 한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이 연출은 "44명의 무용수가 단체로 움직일 때 거기 섞이지 못한 호동의 움직임이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한 개인이 어떤 집단에 섞이지 못하는 경험은 지금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고, 관객은 이러한 자신의 내면을 호동에게 투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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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창단 60주년 기념 기획 공연..이지나 연출·이셋 음악감독 합작
국립무용단 무용극 '호동'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극장 종합연습실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무용극 '호동' 제작발표회에서 단원들이 공연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10.11.wisefo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마흔 네 명의 무용수가 한 몸이 된 듯 같은 방향으로 팔을 뻗고 달려든다. 점령에 나서는 군대와 같은 집단의 움직임 속에서 홀로 적응하지 못한 개인 '호동'은 고뇌하고 괴로워한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고구려의 호동 왕자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용극 '호동'이 오는 19∼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무용단이 창단 60주년을 맞이해 제작한 신작으로, 국립무용단의 초대 단장 고(故) 송범이 1974년 선보인 무용극 '왕자 호동'을 오마주하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이지나 연출가는 11일 오전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전쟁을 추구하는 사회 속에서 평화를 추구한 '호동'의 내면이 피폐해지는 과정을 통해 사회의 통제와 개인의 의지가 부딪히는 현대 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국립무용단 무용극 '호동'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극장 종합연습실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무용극 '호동' 제작발표회에서 단원들이 공연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10.11.wisefool@yna.co.kr

'호동 설화'는 적국인 고구려의 왕자인 호동과 사랑에 빠져 고국을 배신하고 자신의 나라를 지켜주는 북 자명고를 찢은 낙랑 공주의 이야기다.

무용극 '호동'은 두 인물 간의 사랑보다는 전쟁이라는 운명과 사회에 대립하는 한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이 연출은 "44명의 무용수가 단체로 움직일 때 거기 섞이지 못한 호동의 움직임이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한 개인이 어떤 집단에 섞이지 못하는 경험은 지금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고, 관객은 이러한 자신의 내면을 호동에게 투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출은 '록키호러쇼', '헤드윅', '서편제', '썸씽로튼' 등 다수의 히트 뮤지컬을 만들어낸 국내 1세대 뮤지컬 연출가다. 평소 연출작들에서도 배우들의 움직임과 춤에 중점을 둔 연출을 보여줬던 이 연출은 '호동'을 통해 처음으로 무용극 연출에 도전한다.

이 연출은 무용을 통해서는 주제 의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이야기는 배우의 내레이션과 자막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한국무용은 움직임이 추상적인 현대무용과 비슷해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전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며 "동작으로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드러내고 대사와 자막, 음악이 합쳐져 이야기를 전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 무용극 '호동'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극장 종합연습실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무용극 '호동' 제작발표회에서 단원들이 공연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10.11.wisefool@yna.co.kr

음악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도 참여한 이셋(김성수) 음악감독이 담당했다. 이셋 감독은 꽹과리, 북과 같은 국악기의 소리에 사이렌을 연상시키는 사운드와 전자음을 더해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이셋 감독은 "기존의 화성이나 박자 구조에 맞지 않는 전자 악기나 병,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 등을 통해 힘 있는 국가의 논리와 대비되는 개인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국립무용단 무용극 '호동'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극장 종합연습실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무용극 '호동' 제작발표회에서 단원들이 공연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10.11.wisefool@yna.co.kr

무용극은무용가 송범이 1973년 '별의 전설'을 시작으로 '왕자 호동', '도미부인' 등을 선보이며 정립한 장르다.

손인영 국립무용단장은 "한국무용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무용극은 우리나라만이 가진 독특한 형식의 공연"이라며 "최근에는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무용극이라는 장르를 이 시대에 맞게 만들어 전통을 현대화시키는 것이 국립단체로서 국립무용단이 해나가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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