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가해자와 계속 같은 반"…피해 초등생 부모의 절규

학급 교체 대신 '사회봉사와 접근·보복행위 금지' 처분만
교육청 "학폭위 내용은 비공개…피해 학생이 반 옮기도록 추진"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같은 반 남학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경계성 지능장애 남학생이 교육 당국의 조치에도 가해자와 같은 반에서 생활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정신과 약을 먹는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11일 부산의 한 교육청과 부산장애인부모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경계성 지능장애가 있는 A군이 같은 반 학생 B군으로부터 여러 차례 추행을 당했다.

A군이 등교를 거부하는 등 부모에게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자 부모는 학교에 신고했고, 교육청은 절차에 따라 지난 8월 이 사건 관련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었다.

당시 위원회는 가해 학생의 고의성과 지속성을 인정해 4호 '사회봉사' 처분과 2호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조처를 내렸다.

문제는 심의 결과에 따라 조처가 내려졌는데도 피·가해자 학생이 여전히 같은 반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현실이다.

위원회는 폭력 행위에 대한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를 고려해 1∼9호에 해당하는 조처를 내린다.

이 사건의 경우 심각성 '높음' 지속성과 고의성이 '보통'을 받아 높은 점수가 부여됐지만, 반성과 화해 정도가 '높음'을 받으면서 학급 교체인 7호 조처는 내려지지 않았다.

A군 부모는 "현재 아이가 일주일 2∼3번밖에 학교에 가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큰 상태"라며 "위원들이 성 관련 사건인 점을 고려해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면 학급교체를 조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들에게 분명 가해 학생을 용서하지 않았고 학교 내에서 마주치기를 원치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위원회 지침에 따라 A군처럼 피해 학생에게 장애가 있는 경우 학급 교체 등 앞선 조치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가중 조처를 내릴 수 있지만, 심의위는 원안을 그대로 확정했다.

A군 부모는 "남학생 사이에 벌어진 단순한 장난으로 여기는 위원들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문제"라며 "같은 반을 배정해놓고 가해 학생에게 접촉과 보복 행위의 금지 처분을 내린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는 현재의 교사와 반 친구들이 있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청 측은 위원회에서 오간 내용은 비공개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A군을 다른 반으로 옮기는 등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관련 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 경찰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여러 입장을 반영해 종합적으로 내린 조치로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처분이 확정된 상태에서 가해 학생이 반을 옮길 수는 없어 피해 학생이 바꾸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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