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야? 탐정이야? 능글맞은 남궁민이 또 일냈다('천원짜리 변호사')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인기가 심상치 않다. 첫 회 시청률 8.1%(이하 닐슨코리아)로 시작해 8일 6회를 마친 현재 최고 14.9%로 크게 성공한 드라마 반열에 올라서 있다. 드라마 흥행 파워에 있어서는 정상을 다투는 배우 남궁민의 능글맞은 천지훈 변호사 연기가 명불허전으로 큰 재미를 전하고 있다.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는 최근 초강세다. 신생 케이블 채널 ENA에서 방송된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박은빈의 신들린 연기로 최고 시청률 17.5%를 기록, 올해의 드라마 유력 후보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지난 여름 일으킨 신드롬의 여파는 아직도 남아 있다.
히트작 만이 아니라 수적으로도 변호사 드라마는 압도적이다. 지난 6, 7월 <왜 오수재인가>와 <닥터 로이어>가 동시에 방송 전파를 타더니 9월 들어서는 KBS2 <법대로 사랑하라>와 JTBC <디엠파이어:법의 제국>이 선보이고 OTT인 디즈니 플러스에서까지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가 공개되는 등 변호사 드라마는 봇물 터진 듯 쏟아지고 있다.
이 중 <왜 오수재인가>는 최고 10.7%, <닥터로이어>가 7.2% 등의 시청률에 도달했는데 <우영우>, <천원짜리 변호사>와 합쳐 보면 변호사 드라마의 시청률은 성적이 좋은 편이다. 의사나 경찰 등 그간 드라마에서 자주 선호된 직종의 작품들이 일정 시점에 복수로 방송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한 직업의 드라마가 몰려오는 경우는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남궁민이나 박은빈처럼 압도적인 연기가 이끄는지가 드라마 성공에는 우선 가장 중요하겠지만 변호사물 중에서는 만화나 판타지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백만 원 하는 수임료를 천 원만 받는 <천원짜리 변호사>나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가 활약하는 <우영우>가 최고의 시청률 성적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 그러하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마피아가 변호사라는 설정의 <빈센조> 역시 큰 인기를 누렸다. 이런 비현실적인 변호사들은 의뢰인의 문제를 현실의 관습과 고정 관념의 제약을 탈피해 해결하면서 법조 활극을 더욱 속시원한 히어로물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설정은 또한 진지한 감동에만 그치지 않고 코믹함까지 더 할 수 있어 더 다양한 취향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다른 변호사 드라마에 비해 <빈센조>, <우영우>, <천원짜리 변호사> 모두 개그적 요소가 많았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근 한국 변호사 드라마 중 인기 있는 작품들에서는 '탐정물의 변주'라는 특징도 찾을 수 있다. 탐정은 해외 드라마나 영화에서 전통의 인기 직종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최근 법령이 마련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온전히 정착되지 않은 탓에 작품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이런 탐정물의 영역을 변호사 드라마가 은근히 대체하고 있는 듯이 여겨진다.
<우영우>나 <천원짜리 변호사>를 보면 불리한 의뢰인의 상황을 주인공 변호사들이 지적 재능과 기지, 그리고 끈기와 노력을 통해 상대 검사나 변호사가 놓친 단서들을 포착해 해결해내는 데서 재미의 정점을 맞는다. 이는 탐정물에서 의뢰인이 처한 수수께끼 같은 상황을 탁월한 조사 능력과 합리적인 추리로 단서를 찾아내 해결해내는 과정과 유사하다.
한국 변호사 드라마와 탐정물은 의뢰인에게 공권력이 제공하지 못하는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공권력이 정의의 온전한 수호자 역할을 하지 못할 때 탐정물이 활성화되는 것처럼, 검찰이나 경찰이 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상황에서 그 현실이 반영된 드라마들은 변호사들을 통해 정의구현자의 대안을 찾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천원짜리 변호사> 5, 6회는 탐정물을 대체하는 변호사 드라마의 특성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천지훈 변호사는 화백부부 살인사건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아들의 변호 의뢰를 받고 수사나 다름없는 수준의 적극적인 조사로 진범과 대작의 문제 등을 밝혀내면서 공권력의 잘못된 수사 결과를 뒤집는다.
변호사물이면 의례 중심이 되는 재판 과정은 전혀 없었고 추리와 증거 수집이 방송 내용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천지훈이 탐정이라고 봐도 이질감이 없을 내용이 펼쳐졌다. 이러한 변호사의 탐정 놀이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을 보면 시청자들도 이런 구도를 선호하는 듯 보인다.
결국 한국 드라마의 변호사 열풍은 앞으로도 상당히 지속될 듯이 보인다. 공권력에 만족감이 낮은 한국에서 공권력과 때로는 대치하고 공권력을 대체하면서 정의를 구현하는 영웅으로 설정하기 수월한 직종이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론과 재반론으로 스토리를 쫄깃하게 매회 만들기 아주 유리한 재판정이 주 활동 배경인 것도 변호사 드라마의 성황을 부추기고 있다. K-드라마는 변호사들의 법조 활극이 대세인 시대에 들어섰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SBS,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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