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입국 거절 외국인 관리 책임, 민간에 떠넘기는 정부

권오은 기자 2022. 10. 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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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르면 이달부터 공항 '법무부 출국대기실' 내 송환 대상 외국인에게 기내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기내식을 제공한다는 법무부 출국대기실은 입국을 허가받지 못한 외국인이 머무는 장소다.

항공업계는 출입국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송환 대상 외국인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분명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입국 거절된 외국인이 출국 대기실을 빠져나갔으면 정부의 관리 소홀로 봐야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책임 역시 정부에게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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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르면 이달부터 공항 ‘법무부 출국대기실’ 내 송환 대상 외국인에게 기내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송환 대상 외국인에게 기내식을 주면 “송환 대상 외국인의 인권이 보다 향상되고, 세계 인권 국가로서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내식을 제공한다는 법무부 출국대기실은 입국을 허가받지 못한 외국인이 머무는 장소다. 지난 8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운영 중이다. 이전에는 송환대기실로 불렸다. 이름이 바뀌면서 운영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도 달라졌다. 그동안 민간 항공사별로 숙식 및 의료 지원에 필요한 비용으로 연간 최대 30억원을 부담했는데, 이제는 정부가 비용을 부담한다. 항공업계는 출입국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송환 대상 외국인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분명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의 책임 미루기는 여전하다. 지난달 러시아 국적자가 인천국제공항 출국대기실을 빠져나온 뒤, 공항 안내데스크를 전동카트로 들이받는 일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출국 대기실 밖에서 벌어진 일이라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 ‘보호시설은 출국대기실로 본다’는 내용이 근거다.

항공사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입국 거절된 외국인이 출국 대기실을 빠져나갔으면 정부의 관리 소홀로 봐야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책임 역시 정부에게 있다는 것이다. 입국이 거절된 외국인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면 출국 대기실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입국이 거절된 외국인을 출국 대기실로 인도하거나, 출국 대기실에서 출국장까지 호송하는 일은 여전히 항공사 직원들과 항공사 협의체인 항공사운영위원회(AOC) 경비용역 직원이 담당한다. 출입국관리법에 ‘대한민국 밖으로의 송환 의무는 송환 대상 외국인이 환승하기 직전에 탔던 항공기의 장이나 운수업자에게 있다’는 조항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민간인인 항공사 직원과 경비용역은 입국이 거절된 외국인에 강제력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 송환 대상 외국인이 난동을 부리면 속수무책이다. 입국불허 외국인의 송환업무를 민간이 처리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출입국관리법 개정이 추진됐던 것을 고려하면 달라진 게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출국 대기실 입소 전후의 호송 관리·감독 책임을 지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다시 발의됐다. 이번에 법이 또 개정돼도 정부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항공사에 또 미룰 수 있다. 면허 사업인 항공업의 특성상 항공사는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부당한 일을 당해도 불만을 제기하기가 어렵다. 정부가 ‘세계적인 인권 국가’를 지향한다면 자국민 보호 의무부터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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