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와 의식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는 전시

조현지 2022. 10. 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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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밀란디자인위크에서 많은 이들이 인상적이었던 전시로 손꼽았던 엘름그린&드라그셋의 개인전은 팬데믹과 메타버스가 공존하는 이 시대에 육체와 의식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사실 프라다 파운데이션의 엘름그린&드라그셋의 개인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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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몸을 위한 전시


지난 밀란디자인위크에서 많은 이들이 인상적이었던 전시로 손꼽았던 엘름그린&드라그셋의 개인전은 팬데믹과 메타버스가 공존하는 이 시대에 육체와 의식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화가(2021)’, ‘하녀(2017)’와 기존 컬렉션인 그리스 조각상 등이 함께 놓인 전시 전경. © Fondazione Prada

사실 프라다 파운데이션의 엘름그린&드라그셋의 개인전이 아니었나 싶다. 수많은 언론을 통해 또 SNS를 통해 전시의 놀라움이 번져나갔고, 작가의 유명세는 더욱 드높아졌다. 이미 국내에서도 플라토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통해 이름을 알린 바 있는 이 듀오 작가는 덴마크 출신의 엘름그린과 노르웨이 출신의 드라그셋이 결성한 예술가 그룹으로, 1995년부터 현재까지 베니스 비엔날레에 작가로 참여하는가 하면, 이스탄불 비엔날레에서는 총감독으로 활동하며 개념적인 작업을 펼쳐왔다. 이번에 그들이 들고 나온 건 ‘몸’, 게다가 쓸모없는 몸이다.



‘관점(2019~2021)’. © Fondazione Prada

전시장 곳곳에서는 쓸모없는 몸에 대한 연가가 가득하다. 가령 글라스를 쓴 인물 조각은 몸을 현실에 두고 가상세계 속으로 떠난 의식을 상징한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이와 같은 인물이 불쑥불쑥 등장한다. 마사지를 받기 위해 베드 위에 엎드려 있는 사람은 점차 노곤해지는 신체의 이완을 느끼며 꿈나라로 떠날지도 모른다. 이미 죽어 시체 보관소에 들어가 있는 인물의 발이 보이기도 한다. 그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몸은 이곳에 남아 있다.


전시장 내부에서 작가 엘름그린&드라그셋. © Andrea Rossett

각각의 인물 조각은 진짜 사람인가 싶을 만큼 정교하게 재현되어 관람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데, 정작 그들의 얼굴은 교묘하게 가려져 있어 표정을 볼 수가 없다. 게다가 전시장은 일상의 공간과 비슷하게 실제처럼 꾸며져 있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온기가 없으니 싸한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전시의 절정은 보통의 사무실과 똑같이 구현한 오피스다. 나란히 배열된 책상과 의자에 컴퓨터와 의자까지 놓여 있는 사무실은 작가들이 프라다 파운데이션의 건축에 맞춰 특별히 고안했다. 그러나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다. 

모두 팬데믹으로 인해 사무실을 버리고 흩어져버린 것일까? 육체는 없어도 각자 재택근무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일은 진행되고 있는 걸까? 텅 빈 사무실을 채우고 있는 것은 이곳저곳을 유령처럼 어슬렁거리고 있는 관람객들뿐이다. 헌데 이 작품의 제목이 ‘에덴동산’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웃음이 나온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이 결국 천국인 것일까? 직장 생활의 고단함에 대한 역설적 유머일까 싶지만, 팬데믹이 세계를 덮친 지금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위험을 내포한 것이기에 아무도 없어 전염 가능성이 제거된 에덴동산을 빗댄 것일지도 모르겠다.


‘에덴동산(2022)’. © Fondazione Prada

마치 미스터리 영화처럼 관람객들을 미궁 속으로 빠뜨리고 계속 몰입하게 만드는 이 전시는 ‘몸’이 거추장스럽고 비효율적인 짐 덩어리가 된 오늘날의 상황에 대한 탐구다. 몸과 의식, 어느 것이 진짜 우리인가라는 질문은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오랜 화두였던 육체와 정신의 이원론에서부터 1990년대 이미 중요한 화두로 미술계를 한번 휩쓸고 간 적이 있었다. 신종 ‘에이즈’라는 죽음의 공포로 인해 몸에 대한 관심이 수면 위로 부상한 시대였다. 테크놀로지가 발전하고 메타버스 세상이 도래한 지금, 몸은 다시금 의미 있는 질문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전시 제목에는 아예 물음표가 달려 있다. 철학자, 예술가, 작가, 과학자, 사상가 등 35명의 저자가 참여하여 각기 다른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 무려 500여 쪽에 달하는 전시회 도록은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나름의 참고자료 목록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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