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정공시 시점 '정상주가'로 단정하면 안 된다"

송원형 기자 2022. 10. 1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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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기업을 상대로 투자자들이 손해 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기업이 허위 공시 부분을 정정해 공시한 직후 주가를 손해배상 산정 기준이 되는 ‘정상주가’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뉴스1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투자자들이 대한전선과 경영진 그리고 이 회사 회계 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이 원고 패소로 판결한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대한전선은 2012년 3월부터 2013년 8월까지 대손충당금(대출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 놓는 적립금) 등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등을 공시했다. 그러다가 2013년 11월부터 허위 공시 내용을 바로잡아 정정 공시를 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2014년 12월 대한전선의 분식회계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고, 대한전선 주식은 같은 달 4일부터 이듬해 12월8일까지 거래가 정지됐다. 투자자 120여명은 허위 공시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한전선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의 쟁점은 허위공시로 인한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정상주가’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였다. 1심은 대한전선 주식 매매 거래 정지가 해제된 2015년 12월10일 주식 종가 479원을 ‘정상주가’라고 판단했다. 1심은 이 기준으로 대한전선 등은 5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대한전선이 대손충당금을 제대로 공시한 2013년 11월 20일 기준 종가 2485원이 ‘정상주가’라고 봤다. 이때부터 공시 내용에 거짓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입은 손해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한전선 등이 배상할 금액은 18억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2013년 11월 공시에 거짓 내용이 없지만, 당시 대한전선의 분식회계 사실이 공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에 시장 평가가 온전히 반영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식 거래 정지가 풀린 2015년 12월의 주가를 정상가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13년 11월20일 종가에 대손충당금 과소 계상 사실까지 모두 반영됐다거나, 분식회계로 말미암아 부양된 부분이 모두 제거된 정상주가라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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