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1심 집행유예가 절반..가해자 보호관찰 없는 사건도 10건 중 6건

기사내용 요약
이화여대 정익중 교수팀, 아동학대 판결문 전수조사
"형사사건 피해 아동 보호 위한 개별법률 제정 필요"

정익중 교수(왼쪽)와 강희주 박사가 연구하는 모습. 사진 이화여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허서우 인턴 기자 = 이화여대 정익중 교수 연구팀이 아동학대 집행유예 판결 전수조사 실시 결과 피해 아동 재학대 위험이 크고,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고 밝혔다.

이화여자대학교(총장 김은미)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 연구팀은 2019년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3년간의 아동학대 판결 중 가해자가 부모나 사실상 보호자이며 집행유예가 선고된 350건의 판결문에 대한 전수조사를 국내 최초로 실시했다. 잔혹한 범행에도 집행유예 판결에 따라 아동이 재학대 위험에 놓이거나, 피해 아동 보호 조치에 큰 공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학대 범죄의 핵심적인 문제는 가해자의 97.3%가 부모 등 사실상 보호자이기 때문에 아동학대 가해자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게 되면 피해 아동이 학대 가해자와 다시 생활하게 되어 재학대 위험에 놓일 우려가 매우 높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기간 내 아동학대 1심 판결 1,406건 중 집행유예가 선고된 판결문은 688건(48.9%)에 달했고, 이중 원가정 복귀로 인해 재학대 위험에 놓이기 쉬운 집행유예 판결은 350건(50.9%)에 달했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판결 결과가 지자체 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공유되지 않아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건의 피해 아동 보호 조치에 큰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아동학대 사건 집행유예 판결문에서 가해자 보호관찰이 부과되지 않은 사건은 전체 350건 중 218건으로 62.3%를 차지하고 수강명령이 언급조차 되지 않는 판결문도 40건(6.0%)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화여대 정익중 교수는 "아동학대 사건 내용이 매우 잔혹하거나, 학대가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가해자의 재범 가능성이 높은 경우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를 더 높여야 하며, 피해 아동을 부모와 분리할 경우 아동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치료형 시설 등 국가보호 체계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구에 참여한 강희주 연구원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이후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해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한 개별법령(가칭 '형사사건 피해 아동 보호 법률') 제정이 필요하며 암수범죄라는 아동학대 범죄 특성을 고려하여 법원, 지자체 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관련 기관이 판결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유하여 피해 아동 보호를 신속하고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정익중 교수팀이 법학과와 협업해 발표한 이번 논문은 '형사정책연구' 학술지 2022년 제131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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