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출연진 모두가 성남시립국악단원 자녀..'그들만의 공연?'
기사내용 요약
최근 성남아트리움 대극장서 기획연주회 무대선 출연진 모두 단원 자녀들
홍보팸플릿·공연 때 시민·관객에게 언급 안 돼
국악단 측 "국악중·고·전통예술고·예술대 학생들 실력 갖춰...특혜 볼 수 없어"
주최 측 성남시 "자녀 공연내용 전혀 몰라, 그런 계획 올라왔다면 제지했을 것“
[성남=뉴시스] 신정훈 박종대 기자 = 경기 성남시립국악단이 최근 국악과 실용음악을 전공 중인 단원 자녀들에게 별도의 오디션 없이 국악단과의 협연 무대를 가질 수 있는 기획연주회를 마련해 줬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11일 성남시와 성남시립국악단 등에 따르면 성남시립국악단은 최근 성남아트리움 대극장에서 A기획연주회를 열었다.
이 공연은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장 문턱을 낮추기 위해 성남시립국악단이 진행하는 ‘천원의 행복릴레이’ 일환으로 마련됐다. 관람료는 전석 1000원으로 책정돼 좌석이 판매됐다.
성남시립예술단을 총괄 지휘·감독하는 성남시가 주최하고, 성남시립예술단 산하 성남시립국악단이 주관을 맡았다.
성남시립국악단 감독 겸 상임지휘자 지휘 아래 중학생(1명)·고등학생(3명) 및 대학생(3명) 등 총 7명이 협연에 참여했다. 이들은 작곡·아쟁·판소리·대금·가야금·피리·노래 등 7개 프로그램에서 주요 협연자로 각각 무대에 올라 국악단과의 오케스트라 협연을 가졌다.
문제는 공연에 나선 학생들 전원이 성남시립국악단 단원들의 자녀라는 점이다.
성남시립국악단은 해당 공연을 홍보하면서 이러한 내용을 성남문화재단 홈페이지나 홍보팸플릿에 안내하지 않았다.
성남시립국악단은 각 협연자 얼굴이 나온 사진과 함께 이들의 학력과 각종 경연대회 수상실적, 공연 및 활동 경력만을 소개했다. 혈연 관계는 공연 당시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를 맡았던 여성 상임단원은 모 학생 협연자를 소개하면서 국악연주자인 ‘○○○선생’을 가장 좋아하는 연주자이자 롤모델로 꼽는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선생은 해당 학생의 모친으로, 성남시립국악단에서 국악 현악기를 연주하는 단원이다. 그는 이날 자신의 자녀가 선 무대에서 함께 시립국악단 소속 단원으로서 협연에 참여했다.
사회자는 또 다른 학생 협연자를 설명할 때 국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언급하며 “공연기획자인 아버지와 경기소리를 하는 친척의 영향으로 국악을 가깝게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생의 부친은 성남시립국악단 간부지만, 사회자는 이를 관객에게 전하지 않았다.
이 처럼 해당 공연을 공식적으로 홍보하는 내용과 공연 당일 무대에서는 이들의 혈연 관계정보가 시민과 관객들에게 노출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단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녀와의 협연 무대를 공공연하게 알리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비슷하게 이어졌다. 일부 단원들은 무대를 마치고 공연장 1층 로비에 나와서 공연을 보고 나온 다른 관객들이 함께 주변에 있는데도 직접 자녀들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거나 같이 사진을 남기는 모습도 보였다.
공연계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협연이 일반적인 경우에 속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립예술단 산하 단체들이 학생 협연공연을 개최할 때 정해진 절차는 따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인근 지자체 시립예술단은 선발 과정에 공정성을 기하고, 다양한 학생들에게 협연 기회를 주기 위해 일정한 오디션 절차를 거치고 있다.
경기도내 한 시립교향악단 관계자는 “매년 청소년 협연공연을 여는 데 시장 결재를 받아 시청 홈페이지와 SNS를 비롯해 우리 지역에 소재한 학교에 공문을 발송하고, 음악협회에도 요청해 학원까지 홍보한다”며 “이러한 절차를 거쳐 협연에 지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기 100% 기준을 적용해 오디션을 봐서 최종 선발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치단체 산하에 있는 문화재단 관계자는 “출연진 전원을 단원들의 자녀들로 구성해 공연하는 사례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보통 이런 식의 공연은 기획단계에서 불공정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통과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립국악단은 한정된 예산 범위 안에서 협연자를 섭외하는 게 쉽지 않은 데다 공개 오디션을 진행하면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점 등을 반영해 내부적인 협의를 거쳐 단원들 가운데 국악과 실용음악을 전공한 학생 자녀를 활용한 기획연주회를 개최했다는 입장이다.
성남시립국악단 사무국 관계자는 “이번에 협연한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공부하고 입학 경쟁이 센 예술대학교와 국립국악중학교, 국립국악고등학교, 전통예술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실력을 갖춘 아이들로, 섭외에 무슨 특혜를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적인 오디션으로 하기에는 예산 부분이 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 성인은 기본 금액이 있다”며 “작곡을 하는 사람은 우리가 연주하면 작곡을 위탁으로 가는데 상당 비용이 든다. 이번에 대학생 신분에 있는 협연자들은 성인이고, 작곡도 포함돼 있지만 (그보다) 약한 돈”이라고 강조했다.
학생과 단원들 간 혈연관계를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선 “그것까진 해야 하는 필요성을 생각하진 않았고 연주곡이 많았기 때문에 무대 중간에 이를 하나하나 설명을 다 하면 너무 길어진다”고 덧붙였다.
이 공연을 주최한 성남시 관계자는 “출연진 모두가 국악단 단원들의 자녀들로 구성된 사실은 시에서도 전혀 몰랐다. 국악단에서 올라온 공연 계획서에서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며 “혹시라도 계획이 올라오더라도 시에서 제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악단에 사실여부를 파악한 후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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