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치' 전여빈 "누구나 마음 속에 '외계인' 하나쯤은 있잖아요"   [인터뷰 종합]

연휘선 2022. 10. 1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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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배우 전여빈이 인생의 기로에서 가슴 속 잔상을 남긴 작품 '글리치'를 만났다.

전여빈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드라마 '글리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글리치'는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전여빈 분)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나나 분)가 흔적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을 그린 드라마다. 이 가운제 전여빈은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지효 역으로 열연했다. 

특히 전여빈은 '글리치'로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약칭 부국제) '온 스크린' 부문에 초청됐다. 전여빈이 이번 부국제에서 배우 류준열과 개막식 사회까지 맡았던 만큼 의미 있는 행보다. 이와 관련 그는 "작년에 ‘온스크린’이 처음 개설됐다. 저는 ‘낙원의 밤’으로 처음 참여했다. 그때 ‘지옥’이랑 ‘마이 네임’으로 크게 해주셨는데 저도 나름 내심 또 가고 싶었는데 초대해주셔서 기뻤다. 나나 배우가 너무 가고 싶어했는데 드라마 두 개를 동시에 촬영 중이라 못 갔다. 너무 아쉬워했다. 초청받고 저희는 쾌재를 불렀다. 사회를 받는다고 했을 때 너무 떨렸다. 연습 많이 했는데도 올라가니까 너무 떨리더라. 그런데 제가 부국제를 처음 찾았던 게 문소리 선배님과 ‘최고의 감독’이라는 작품으로 7년 전에 처음 갔다. 5년 전에 ‘죄 많은 소녀’로 장편으로 처음 갔다. 저희를 안내해준 프로그래머 님이 7년 전에도, 5년 전에도, 이번에도 계셔주셔서 모든 장면이 지나갔다. 저도 잘 걸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다시 잡는 날이 됐다"라며 감격을 표현했다. 

이 밖에도 전여빈은 부국제에서 중국 배우 양조위, 유가령 부부와 디너타임을 즐기는 등 화려한 나날을 보냈다. 또한 레드카펫에서는 드레스 스타일로도 화제를 모았던 터. 전여빈은 "너무 튀는 의상은 입고 싶지 않았다. 미니멀하게 갖춰진 옷이면서도 점잖고 싶더라. 스타일리스트 실장님이 잘 살려주셨다고 생각했다. 옆에 계신 류준열 선배님과 위화감 없이 한 그림이고 싶었다. 잘 꾸며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다"라고 드레스업 비화를 밝혔다.

심지어 류준열의 경우 함께 사회를 맡았음에도 전여빈 홀로 돋보이도록 단독 레드카펫의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에 전여빈은 "레드카펫 때 제가 너무 깜짝 놀랐다. 류준열 선배님과 같이 들어가려고 했는데 먼저 서라고 하시더라. 개인이 스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혼자 안 서고 들어오시더라. ‘드레스업 했으니까 한번만 더 스포트라이트 받으라고 일부러 그랬다’로 하셨을 때 되게 고마웠다.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다방면에서 주목받게 된 ‘글리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전여빈은 "저는 아직도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이성적인 부분 보다는 조금 더 본능적인 느낌으로 작품으로 선택하고 저의 마음을 어필하는 것 같다. 매 작품 늘 치열하게 고민하는데 그 고민의 온도가 왜 작품에 끌리는지, 이 사람과 잘 살아볼 수 있을 것 같고, 작가님이나 감독님을 만났을 때 우리가 더 만들어갈 수 있다는 느낌에 충실한 것 같다. 이번 ‘글리치’ 때도 그랬다. 우선 드라마 특성상 대본을 받았을 때는 10부작이라고 하더라도 초고인 4부 정도만 받고 약속을 해야 하는데 봤을 때 너무나 커보이는 이야기가 어떻게 귀결이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험에 달려가고 싶었다. 끝을 모르는 사람의 시작을 이상한 자신감으로 달려가고 싶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촬영하는 내내 대본을 중간중간 뛰어가게 되는데 내가 어디로 나아갈지 모르고 달려가는 불안함이 미지의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 원동력이 돼서 달려간 것 같다. 저도 어떤 계산 없이 홍지효라는 인물을 연기했다. 제가 아마 가장 많은 인물을 만났던 것 같은데 누구보다 생생하게 만난 것 같다"라고 했다. 

독특한 소재와 구성으로 인해 전여빈은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 썼다. 그는 "초반엔 거의 민낯으로 나왔다. 감독님이 주근깨를 살렸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베이스를 어두운 톤으로 깔고 있었다. 상하는 모습들을 조금 더 살리기도 했다. 1부, 2부에서는 그나마 지효가 정돈된 모습인데 조금 더 거친 헤어와 얼굴 상태를 표현하게 된 것 같다. 분장 팀에서 그걸 살려주시려고 애썼다. 보라도 거의 민낯으로 화장하지 않고 나온 것으로 안다. 그런데 ‘낙원의 밤’에서도 많은 화장을 하지 않고 경험한 적도 있고, ‘죄 많은 소녀’에서도 민낯을 살리는 메이크업을 해봐서 부담감은 없었다. 오히려 날 것의 느낌 그대로가 좋다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빈센조’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께는 이질적이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안경을 쓰고 벗는 시간까지 계산했다. 전여빈은 "실제 안경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일부러 안경을 벗고 뿌연 순간을 즐기는 때가 있다. 그러다가 다시 안경을 쓰고 명확하게 보이는 게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저도 그렇다. 감독님이 저한테 지효가 사건을 정확하게 보고 싶을 때 안경을 쓰고 보기 싫을 때 안경을 벗어버리자고 하셨다. 지효가 처음 외계인을 봤을 때 그랬다. 그런데 사실 외계인이 내면에서 기인한 거라 안경을 쓰고 벗는 게 상관 없을 텐데도 그런다. 나중에는 안경과 상관 없이 지효가 달려간다. 안경과 상관 없이 외계인은 시력과 상관 없이 내 마음에서 기인한 거라는 걸 알았던 것 같다"라며 "실제 저는 굉장한 짝눈"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그는 극 중 지효가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유독 자주 입는 것에 대해 "감독님과 의상실장님이 기획 단계 때 그림을 그렸다고 하더라. ‘내면의 글리치’를 표현하고 싶다고. 제가 같은 옷을 입는 건가 싶은데 매회 다른 줄무늬를 입는다. 지효는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녀의 집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작품의 시작은 사소하고 운명적이었다. 전여빈은 "작가님이 아내 분이 보조작가님이시기도 한데 어렸을 때 외계인을 본 기억이 있다고 하셔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는 대화에서 이 작품이 시작됐다고 하시더라. 저도 GV에서 처음 들었다. 또 노덕 감독님이 집필을 하고 계셨는데 외계인을 보는 여자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하셨는데 작가님의 글을 제안받아서 어떻게 이런 타이밍에 제안을 받았는지 놀랐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4부 이후에 스토리가 급속도로 달라진 것에 대해 "4부까지가 정말 예기치 못한 모험을 떠나는 느낌이었는데 그 이후는 도전하는 느낌이었다. 저 자체가 지효가 된 것처럼 두렵고 떨렸다. 저도 이 글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까. 그 자체를 사용했다. 내가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이 모든 상황을 흡수하겠다는 생각으로 달려갔다. 아무래도 보라와 함께 떠나는 버디물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우리 함께 떠났을 때 그 끝에 뭐가 당도할지 모르겠지만 그 여정 자체가 완성돼 버리는 거라고 봤다. 마지막을 보고 정말 잘 마무리 됐다, 좋은 여행을 다녀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5~9회까지는 저도 롤러코스터 타고 달리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긴밀하게 호흡했다. 보라랑도 ‘너는 어때?’라고 계속 체크했다. 서로가 조금 더 성장해서 마무리 지었다. 실제로 마지막에 10회에서 보라 손을 잡고 걸어올 때 실제로도 마지막 촬영 때 그 장면을 찍었다. ‘막촬’ 때. 그 순간 우리의 모험이 이렇게 끝났구나, 우리는 다시 또 잘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전여빈이 보여주려 했던 주요 키워드는 노덕 감독이 밝힌 ‘믿음’이었다. 전여빈은 "지효를 보면서 느낀 건 외계인이 아주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마음 속에 외계인 하나는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도저히 풀리지 않고 해결되지 않는 외계인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효는 무던히 덮어두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외면하기 싫어진 것 같다. 그래서 뚫고 나간 것 같다. ‘이 외계인 내가 만나봐야겠어!’라는 순간이 온 것 같다. 그렇지만 직면하기 위해서는 되게 큰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보기에 마음 속 ‘외계인’은 무엇일까. 전여빈은 "단어로 이야기하기에 너무나 내밀한 것 같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자기 역사라던가 경험이라던가 자기만이 가진 경험들이 있지 않을까. 그런 거라고 생각도 해봤다"라며 조심스러워 한 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소설을 보면 ‘괜찮아 보이는 사람도 누구나 자세히 보면 슬픔 하나 씩을 안고 산다’고 한다. 꼭 슬픔이 아니더라도 엉뚱한 구석이 하나쯤 있을 수 있지 않겠나. 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실제 전여빈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사실 학창 시절에 자기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괜찮은 척을 늘 하려고 했던 편의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일종의 억압이었던 것 같다. 나는 항상 괜찮은 상태라고, 사실 누가 봐도 안 괜찮은데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스무살 때 알게 됐다.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인데 강한 척 하려고 했다는 걸. 대입을 준비하면서 논술 공부를 하려고 좋은 영화를 봐야만 했다. 중학교 때 봤던 책인 ‘죽은 시인의 사회’가 고전 영화로 있었다. 제가 상상하지 못했던 것보다 크게 와닿는 힘이 느껴졌다. 그걸 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만약에 지금 내가 방황하는 시기라면 이런 걸 만드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데뷔 초에는 그럴싸한 말로 남의 마음을 치료하고 싶다고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제가 치료받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되게 많이 고민한 끝에 방향을 알지 못하던 와중에 연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연기 학원에서 스크립트를 선생님이 세상 슬프게 울어보라고도 하시고 바보처럼 웃어보라고도 하시고 그걸 시연하는데 엄청난 해소가 느껴졌다. 그러면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때 되게 큰 해방감을 느꼈다. 조금 더 표현해보고 싶었다. 이번에 ‘글리치’를 하면서는 ‘괜찮아요, 당신 안에 외계인이 있어도 찾아도 되고 못 찾아도 돼요’라고 해주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데뷔 4~5년 된 것 같다. 매 순간이 중요하지만 지금도 중요한 것 같다. 매순간이 그랬다. 한 작품 끝나면 그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다시 걸어야 하는 시작점에 느낀 것 같았다. 그런데 양조위 배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기점이 분기점이 있는 게 아니라 늘 지속되는 게 있다는 걸 느꼈다. 선배님이 저보다 훨씬 더 수많은 시간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낀 거랑 동일했다. 중요한 부분의 포인트를 말씀해주시는 게 좋았다. 저는 선배님들한테 질문하는 걸 좋아한다. 배우고 싶기도 하고 내가 어떤 걸 부여잡아야 할지 모르겠는 순간이 많아서 그렇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게, 배우는 아주 긴 여정으로 봐야 하고 정말 길게 연기 인생을 보라고 해주셨다"라며 양조위와의 부국제 만남에서 감명받은 순간도 말했다. 

이어 "지금이 아주 중요한 순간이지만 이게 저는 내년, 내후년도 그럴 것 같다. 처음 배우 시작했을 때 나한테 언젠가 편해지는 순간이 올까 싶었다. 쉬워지는 순간이 올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여전히 쉽지 않다. 예전에 선배님들이 ‘하면 할수록 어렵다’라고 해주셨는데 그 당시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경력이 쌓이면 팁도 생기고 그럴 것 같았는데 직면하게 된 새로운 것들이 생긴 것 같더라. 당신의 연기에 있어서도 신인일 때 반짝하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어떤 캐릭터를 해나가면서 세공을 해야 하는 것도 있고, 관객들 혹은 본인의 기대에 닿기 위해 어떤 기대치를 뚫고 나가야 하는 게 있어서 그것과 조금 더 싸워나가고 뚫고 나가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 더 어렵다고 하시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 전여빈에게 5년 전과 이번의 부산 어떻게 달랐을까. 전여빈은 "‘죄 많은 소녀’ 때는 지금보다 100배쯤 긴장해서 몸이 얼어있었다.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너무 컸다. 또 감독님이 겪은 일에서 파생돼 픽션으로 나온 영화다 보니 그 일에 절대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컸다. 누구 하나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조심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관객 분들이 그렇게 앉아주시는 에너지가 되게 크게 다가왔다. 우리를 둘러싼 에너지가 무한히 집중해주시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긴장되는 마음이었지만 사실 그냥 저는 제가 느꼈을 때는 이제는 그래도 제가 조금 더 익숙해진 얼굴이라 웃음기 어린 얼굴들이 보인다. ‘죄 많은 소녀’ 때는 너무 긴장해서 그러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번에도 ‘글리치’ 처음 오픈이라 걱정은 됐다"는 전여빈은 "사실 ‘글리치’ 대본을 봤을 때는 이게 모든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는 글이라기 보다는 이걸 받아들여주시는 소수의 분이 진하게 반겨주시는 글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 명의 관객도 소중하니까 그런 만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글리치’는 전여빈에게 어떤 기점이 될까. 전여빈은 "저한테도 좋은 ‘글리치’가 될 것 같다.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좋은 스파크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어떤 사람의 인생을 작품을 통해서 한번 살아보고 나면 진짜로 제가 거대한 일을 겪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작품을 끝내고 다 느껴지는 건 아니고 오픈하고 나서 대중의 반응도 느끼고 관계자 분들의 반응도 느끼면서 그제서야 갈무리되는 느낌이다. 지금도 그런 것들을 느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어떤 프리즘으로 빛을 투과해서 보면 그 경계가 명확하진 않다. 저도 배우로서 작품을 하는게 그런 순간의 연장인 것 같다. 어떤 빛속에 다른 빛으로 넘어가는 다른 기로이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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