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가장 가까이서 본 유로파, 뒤얽힌 얼음 능선 너머엔..

곽노필 2022. 10. 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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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사가 보낸 목성 탐사선 주노, 유로파 위성 촬영
9월말 412km 근접.."2024년 유로파 탐사선 보낼 것"
목성 탐사선 주노가 9월29일 412㎞ 거리에서 찍은 유로파 얼음 표면. 사진에 보이는 지역의 범위는 150㎞x200㎞로, 역대 최고 해상도의 유로파 사진이다. 나사 제공

올 가을 밤하늘에선 59년 만에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온 목성이 평소보다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400여년 전 갈릴레이가 처음 발견한 4개의 대형 위성도 쌍안경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3개는 얼음위성이고, 목성 가장 가까이서 공전하는 이오는 지금도 마그마를 내뿜고 있는 불의 천체다. 이오 다음으로 목성에 가까운 거리에서 공전하며 얼음위성 가운데 가장 작은 유로파는 태양계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큰 천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이 목성 위성 유로파의 얼음 표면이 역대 가장 선명한 모습으로 포착됐다. 미국 항공우주국의 목성 탐사선 주노가 지난달 29일 유로파에 352㎞ 거리까지 근접비행을 하는 동안 촬영한 초고해상도 사진이다.

11일 저녁 8시 동남쪽 하늘의 목성과 4대 위성 위치. 목성 왼쪽(동쪽)엔 둥근달이 뜬다. 스텔라리움

2000년 갈릴레오 탐사선 이후 22년 만에 유로파에 가장 가까이 간 주노는 이날 초속 24㎞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유로파 표면을 초고속촬영했다. 이날 공개된 사진은 유로파에서 412㎞ 떨어진 곳에서 찍은 것이다. 나사는 “해상도가 픽셀(화소)당 256~340미터로 역대 최고”라며 “비행 시각은 유로파의 밤이었지만 목성 구름 꼭대기에 반사되는 햇빛의 영향으로 표면이 희미하게 빛났다”고 밝혔다. 나사의 주노 담당 수석연구원 하이디 베커는 “낮은 조도에서도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주노의 SRU 기기 덕분에 놀랍도록 상세한 장면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사진에 보이는 지역은 150㎞x200㎞에 해당한다. 길게 이어진 선들은 갈라진 얼음 지각을 나타내며, 두줄이 평행을 이루고 있는 부분은 얼음 능선이다.

나사는 “사진 오른쪽 위와 가운데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검은 얼룩은 아마도 아래쪽에서 위로 뭔가가 분출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운데 부분 아래쪽에는 4분음표 모양의 독특한 지형이 있다. 이 지형의 남북 길이는 67㎞, 동서 길이는 37㎞에 해당한다. 사진 속의 흰색 점들은 우주에서 날아온 강력한 고에너지 입자들이다.

유로파 표면 원본 사진(왼쪽)과 시민과학자가 이미지 처리 작업을 한 후의 사진(오른쪽). 나사 제공

시민과학자들도 이미지 처리로 한몫

시민과학자들도 유로파의 베일을 벗기는 데 한몫했다. 주노가 찍은 유로파의 희미한 흑백 사진을 이미지 처리를 통해 선명하게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예컨대 시민과학자 비외른 욘손은 주노가 1521㎞ 거리에서 찍은 유로파의 표면(아래 사진)을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명암을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이에 따라 오랜 세월에 걸쳐 극심한 변화를 경험한 유로파 표면의 복잡한 모습이 상세하게 드러났다. 해상도는 픽셀당 1㎞이다. 특히 밤과 낮이 교차하는 중간 부분은 깊은 구덩이가 곳곳에 산재해 있는 험준한 지형이다.

지름이 3130㎞로 달보다 약간 작은 유로파는 15~25㎞ 두께의 얼음 표면층 아래에 물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사의 허블우주망원경은 2016년 유로파 표면에서 최대 200㎞까지 물기둥이 치솟는 것을 관측한 바 있다. 과학자들은 유로파의 물바다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술미디어 ‘MIT테크놀로지 리뷰’는 태양계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는 유력 후보로 유로파를 화성에 이어 두번째로 꼽은 바 있다.

시민과학자가 이미지 처리를 통해 유로파 표면의 지형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오른쪽 아래 구덩이는 칼라니시 충돌구다. 나사 제공

내년과 후년엔 이오 근접비행

2016년부터 목성을 탐사하고 있는 주노는 지난해 활동 기간이 2025년 9월까지로 연장됐다. 주노는 이 기간 중 목성의 4대 위성 중 3개 위성을 근접비행한다. 지난해엔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인 가니메데를 근접비행했고, 이번에 유로파를 비행한 데 이어 2023년과 2024년엔 이오를 근접비행한다.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진은 최근 전파망원경 관측을 토대로 이오의 용암 온도가 1000도가 넘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나사는 2024년엔 유로파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를 보낼 계획이다. 이 탐사선은 6년을 날아 2030년 유로파에 도착한다. 나사가 행성이 아닌 특정 위성만을 겨냥해 탐사선을 보내는 것은 유로파 클리퍼가 처음이다. 이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관련해 그만큼 유로파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걸 뜻한다. 유로파 클리퍼는 액체 바다의 존재와 얼음층 두께 등을 살펴본다.

유로파 구조도. 가장 안쪽부터 철과 니켈 등으로 이뤄진 핵(회색), 암석층(갈색), 액체 바다(파란색), 얼음 표면(흰색으로 표시)이다. 나사 제공

유럽우주국도 유로파 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2023년 4~5월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 주스(JUICE)를 발사할 예정이다. 주스는 2031년 목성 궤도에 도착해 3~4년간 목성의 4대 위성 중 목성에서 가장 가까운 이오를 제외한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3개 얼음위성을 탐사한다.

2030년대가 되면 유로파의 생명체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이 훨씬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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